◆ 회계기준 변경한 직후 IPO 성공

2011년 4월 설립한 삼성바이오는 2012년까지 매출액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영업손실 956억원, 당기순손실 822억원이 쌓였다. 제품 생산을 위한 거액의 설비투자가 이뤄진 반면, 영업활동을 통해 이윤이 발생하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초기기업으로서 당연한 현상이다.

이후에도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2013년 매출액 437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세 배가 넘는 146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83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1053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1407억원) 규모는 더 커졌다.

좀처럼 투자 결실을 보지 못하는 사이, 2015년 삼성바이오는 회계기준을 변경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 지분가치 평가 기준이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전환된 것이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삼성바이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91.2%에 대한 가치는 4조 5436억으로 급증해 종속기업투자이익으로 계상됐다.

다만 삼성바이오가 영국 바이오젠과 맺은 콜옵션 계약에 따라 1조 8204억원 규모의 파생상품평가손실(금융비용)이 반영됐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에오에피스의 지분을 49.9%까지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스피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속기업투자이익은 영업활동 현금흐름과는 무관한 항목이다. 실제로 2015년에도 삼성바이오는 2036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올렸다. 대신 종속기업투자이익 등 영업외손익에서 2조 6917억원을 벌어들이면서 1조 90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덕분에 이익잉여금도 1년 만에 2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삼성바이오의 자본총계는 6307억원에서 2조 7748억원으로 급증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실적을 토대로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 IPO에 성공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후 6년 연속 적자

삼성바이오의 깜짝 실적은 다음 해가 되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2016년 매출액은 2946억원으로 전년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영업손실 304억원, 당기순손실 1768억원 등 수익성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지난해부터는 수익성이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59억원, 올해 3분기는 441억원이다.

다만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각각 969억원을 기록했다. 역설적이게도 2015년 어닝 서프라이즈의 단초를 제공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지분법손실 1175억원이 발생한 탓이다.

어느새 관계회사로 위치가 바뀐 삼성바이오에스피는 설립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그동안 누적된 영업손실은 5288억원, 당기순손실은 5178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5년 실적 호조 덕분에 IPO에 성공한 흔치 않은 사례”라며 “삼성바이오가 아닌 다른 기업이라면 IPO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