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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입지 축소될까

팍스넷뉴스 2019.01.08 14:07 댓글 0

[BDC 출범 초읽기]④ 운용 주체 참여 의지…벤처투자 ‘춘추전국’ 전망

[팍스넷뉴스 류석 기자]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출범이 임박해 오면서 그동안 벤처투자를 주도해온 벤처캐피탈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이 더욱 손쉽게 벤처투자에 나설 수 있는 BDC라는 비히클이 생기면서 관련 시장에서 벤처캐피탈들과 BDC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BDC 제도 도입 계획에 따르면 운영 주체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로 제한돼 있다. 확정안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벤처캐피탈이 BDC 제도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BDC는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 자금을 모집하고 거래소에 상장한 후 비상장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말한다. 비상장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 확대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 BDC 제도 도입의 핵심이다. BDC는 실제로 다수의 개인 및 법인 투자자 등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스타트업 등 비상장기업에 투자 및 대출을 해줄 수 있다. 민간 자금보다는 정책자금 위주로 구성된 벤처조합과는 차별화된다.

BDC는 벤처조합과 다르게 거래소에 상장돼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언제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토스, 블루홀 등 기업가치가 최근 몇 년 사이 급등한 유니콘들이 대거 탄생하면서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BDC 제도 흥행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이유다.

벤처캐피탈 업계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벤처캐피탈협회에서는 원칙적으로 BDC 운용 주체에 벤처캐피탈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만 BDC 운용 권한을 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 전까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과 협의해 벤처캐피탈들의 BDC 제도 참여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BDC 제도에서 벤처투자에 전문성이 높은 벤처캐피탈이 제외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제도 시행 전까지 벤처캐피탈이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선 벤처캐피탈 사이에서는 벤처캐피탈이 BDC 제도에서 배제되더라도 큰 영향이 있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에서 BDC의 영향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설립 초기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벤처캐피탈들에 위협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개인들의 자금을 직접 모아 벤처투자에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BDC 제도 자체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상장사로서 당장 실적을 내기 위해선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긴 초기기업보다는 프리IPO 투자에만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프리IPO 시장의 경우 이미 많은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어 자금이 넘쳐나는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꼽힌다.

또 벤처조합의 경우 소수 유한책임출자자(LP)들의 자금으로 구성돼 있어 투자에 있어서 간섭이 적지만 BDC는 많은 주주가 존재해 투자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BDC가 투자보다는 대출 기능에 집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캐피탈 대표는 “BDC의 성공 여부는 제도 시행 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내용만 보면 벤처캐피탈들의 입지를 줄일 만큼은 아니라고 본다”며 “BDC 자금의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프리IPO 투자에만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벤처캐피탈의 주 무대인 초기기업 투자, 유망 신기술 투자 등의 분야에선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DC 운용 주체로 포함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선 BDC 제도 도입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BDC 제도를 활용해 벤처캐피탈들과 본격적인 진검승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사가 아닌 일반 법인들도 자산운용사 설립을 통한 BDC 제도 참여를 모색하고 있을 정도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벤처투자가 더 이상 벤처캐피탈들만의 특화된 영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벤처투자 시장에서 투자회사 간 경계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벤처캐피탈 심사역과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 간 인력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BDC 제도 도입이 여러 투자 주체가 벤처투자에 나서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비상장주식 등 벤처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네이버와 함께 20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 펀드를 결성했다. 하나금융투자과 BNK투자증권 등도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신규 펀드 결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 증권사에서 신탁형 벤처펀드를 계속해서 출범시키고 있다.

자산운용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비상장주식 투자에 특화된 자산운용사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알펜루트자산운용, DS자산운용, 아이온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으로 비상장기업 투자에 활발한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자산운용사 대표는 “벤처투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BDC가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BDC라는 유용한 투자 비히클을 활용해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대가 변한 만큼 벤처캐피탈보다 뛰어난 벤처투자 역량을 가진 BDC가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류석 기자 greenlight@pax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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