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휘호 기자]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3차 심의를 오는 27일 진행한다. 3차 심의가 끝나면 오는 4월 중으로 제재 여부와 수준 등을 포함한 최종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6월 시작한 애플코리아에 대한 조사를 2년 반만에 마무리하는 셈이다. 이번 3차 심의는 최종 결론 전 마지막 단계로 심의 결과에 따라 단말기 제조 업계는 물론 통신 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코리아는 2008년 아이폰 출시 이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통신3사에 광고비 및 각종 비용을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를 인정하면 매출액의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천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와 애플 간 쟁점은 애플이 시장에서 갖는 협상력이 통신사보다 높은지, 구체적인 행위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지난 1월 열린 2차 전원회의에서도 애플은 자신들이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고 맞섰다.

2차 심의에서 애플 측 참고인들은 “애플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에 비해 협상력이 높지 않다”면서 “광고기금 조성을 통한 광고 진행은 애플과 이통사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측 참고인들은 “애플의 거래상 지위를 인정하고 광고기금은 이통사들의 통신서비스 이윤을 착취하는 추가 수단”이라며 “애플의 광고활동 관여 행위를 전략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다.

통신 업계는 애플의 시장 위치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일반적인 ‘계약 관계’ 라고 하지만 실상은 무조건적인 ‘갑’ 이라는 설명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공개적으로 애플이 갑이라고 진술하면 아이폰 물량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진술이 어렵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식 답변은 ‘애플의 광고 등 비용 집행은 계약에 의해 진행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애플은 따져볼 것도 없이 갑이 맞다. 아이폰 물량 확보가 통신사 시장 점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애플과 공정위의 주장이 엇갈리고 이통사들 역시 공개 진술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혐의 입증은 구체적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공정위는 해당 사건을 2년 이상 조사한 만큼 경제분석을 통한 우월적 지위 남용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제재가 불러올 파급효과를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겠냐는 전망을 내놓는다. 애플의 제재를 확정하면 또 다른 단말기 제조사들 역시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향후 한·미간 통상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가 애플에 철퇴를 가했을 때 해외 사정 당국도 애플의 거래 관행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생긴다. 프랑스와 대만도 같은 혐의로 애플에 벌금을 부과했다. 애플이 이통사에 광고비를 떠넘기는 관행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공통으로 시행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절차가 부당하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한국 공정위가 미국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할 때 방어권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USTR의 뜬금없는 양자협의 요청은 ‘애플 구하기’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도 미국이 퀄컴 제재에 이어 애플과 구글 등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정위 조사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혐의만 놓고 본다면 애플에 대한 공정위 제재의 타당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면서도 “다른 단말기 제조사와의 형평성,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공정위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