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한진그룹이 경영권분쟁을 벌이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를 향해 자사에 대한 흠집 내기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다음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여론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한진그룹은 21일 “경영참여형 행동주의펀드는 일반적으로 단기적 주가부양으로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한다”며 “KCGI는 ‘단기적 이익 추구’라는 발톱을 감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KCGI가 장기간에 걸쳐 기업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당장 눈에 띄는 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진그룹은 KCGI가 한진칼에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KCGI가 지난 1월 한진칼에 주주제안으로 내세운 조재호 교수와 김영민 변호사는 KCGI 경영진과 사적으로 인연이 깊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교수는 강성부 KCGI 대표의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은사이고, 김 변호사는 김남규 KCGI 부대표가 삼성전자 법무팀에 근무할 당시 같이 근무한 선배 변호사”라며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인물로 이사회를 채우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KCGI도 “한진칼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인 주순식 후보자는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에 대한 횡령, 배임 사건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소속인”이라고 주장하며 맞받아쳤다.

한진그룹의 이러한 비판은 다음주 진행되는 주총 때문이다. 주총에 앞서 자사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현재의 판도를 여론전으로 조금이나마 환기시켜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최근 KCGI를 비판하는 입장표명을 잇따라 내고 있다. 한진그룹은 앞서 대한항공 전직임원회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KCGI와 같은 외부세력의 개입이 회사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의 주총 안건 상정과정에서 KCGI의 주주제안을 줄곧 거부해왔지만 최근 법원이 KCGI의 손을 들어주면서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법원이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의안상정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한진칼은 떠밀리듯 이번 주총 안건에 KCGI가 요구한 사항들을 반영했다. 석태수 현 대표이사를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한 것을 제외하고 KCGI가 요구한 제안을 수용했다.

한진칼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항고에 나서며 항고결과에 따라 KCGI가 제안한 안건이 제외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항고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KCGI에 힘이 실리면서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오너일가의 각종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의 표심의 향방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은 29일에 정기주총을 개최한다. 2대주주인 KCGI와 표대결이 예고돼 있다. 한진칼의 주총 안건에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내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선임의 건, 감사 보수한도 선임의 건 등이 올라있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2.8%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과 특수관계인 28.7%, 강성부펀드, 국민연금 6.7% 순으로 지분율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