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제일모직의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합병을 통해 상당한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는 몇 가지 허점이 발견된다.

◆제일모직, 삼성바이오 투자손실 387억 인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결정을 내리고 이를 공개한 것은 2015년 5월 말이다. 이후 7월에 주주총회를 개최한 뒤 9월에 합병을 완료했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0.3500885 : 1로 산정했지만 안팎의 비난이 거셌다.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제일모직에 비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물산의 총자산은 29조6175억원으로 제일모직(8조3893억원)의 세 배가 넘었다. 자본금은 삼성물산이 8043억원으로 제일모직(135억원)의 육십 배에 육박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가 제일모직의 기업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삼성바이오는 2011년 설립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2011~2014년 4년간 누적된 영업적자는 3472억원, 당기순손실은 3070억원이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아예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고 2013년과 2014년에는 매출액보다 더 큰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제일모직이 2015년 3월까지 삼성바이오에 투자한 금액(4788억원) 중 70% 가까운 돈을 날린 것이다. 제일모직은 2014년 387억원, 2015년 3월말 78억원을 삼성바이오 투자손실로 인식했다.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회사)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회사)로 변경한 회계기준을 적용한 것은 2015년 감사보고서부터다. 2015년 삼성바이오는 매출액 912억원, 영업손실 2036억원으로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성적을 거뒀지만 당기순이익에서 1조9049억원을 기록하는 잭팟을 터트린다. 회계기준 변경 덕분이다. 이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종료된 이후다.

◆합병비율, 주가로만 산정

일각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가 2조원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포함됐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삼성물산의 합병 설명 자료는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2015년 말까지 제2 생산설비를 완공해 전세계 CMO 3위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내용뿐이다. 삼성물산의 (합병)증권신고서에도 ‘2조원’이란 단어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 등 반대파의 목소리가 커져 주총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삼성은 제일모직 주가가 결코 고평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며 “당시 부동산과 바이오 사업 등의 가치가 제일모직 장부가 등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반면, 주가에는 이런 미래가치가 반영돼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도 바이오 사업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합병비율은 양사의 최근 1개월 가중평균종가(2015년 4월 26일~5월 25일)와 최근 1주일 가중평균종가(2015년 5월 19일~5월 25일), 최근일 종가(2015년 5월 22일)을 더한 뒤 이를 3으로 나누는 방법을 택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1항 제1호를 적용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가 수준으로 합병 비율을 정하는 상황에서 바이오 사업의 미래가치가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2조원이라는 수치도 기업가치를 의미하는 것인지, 이익 규모인지 정확치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