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 ‘1조짜리 숨겨진 진주’
핵심은 항공정비…40년 축적 기술력 월등

그동안 존재감이 미약했던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이 KCGI(강성부펀드)의 분사 및 기업공개(IPO) 요구로 재조명 받고 있다. 항공우주사업 내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정비사업이다. 40년 이상 쌓인 기술력이 월등해 대한항공의 그늘에서 벗어날 경우 매출처를 다변화하면서 KCGI의 전망대로 몸값이 1조원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 국내 LCC, 몽골까지 찾아가 항공정비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은 유인 항공기 및 항공기 구조물 설계, 제작, 생산, 정비, 성능개량 등으로 나눠진다. 1976년 500MD 헬리콥터 생산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 항공기 제작 시대를 열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1980년대 F-5 제공호 전투기 생산, 1990년대 UH-60 중형 헬리콥터 제작, 2010년대 P-3C 해상초계기 성능개량 등이 있다.


1980년대부터 보잉, 에어버스 등과 협력해 항공기 구조물 설계, 개발 및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2016년에는 보잉 737MAX 및 에어버스 A330NEO 기종의 날개 구조물 개발을 마치고 양산해 납품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제작, 생산, 성능개량 사업의 주목도가 높지만 항공우주사업의 핵심은 사실상 정비사업이라는 것이 항공업계의 진단이다. 대한항공의 정비사업 인력은 40년 이상 경험을 쌓아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 기간 동안 국내에서 항공정비를 전담한 유일무이한 조직으로 업무능력으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정비인력이 이직할 곳도 없어 대한항공에서만 근무를 해왔기 때문에 국내 항공정비 역사의 산 증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갖췄지만 대한항공은 그동안 자사와 자회사인 에어진의 정비 수요만 맡아왔다.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뿐만 아니라 해외 항공사의 정비 요청도 거부해왔다.


자체 정비조직을 갖추진 못한 국내 항공사들은 홍콩과 싱가폴, 몽골까지 찾아가 항공정비를 받아야 했다.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10일 이상이다. 대한항공은 이보다 절반 이상 적은 5일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정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그만큼 항공기를 여객운송 등에 투입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수익성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항공업계 임원은 “국내 항공사들이 그동안 홍콩과 싱가폴 등지에서 항공정비를 받아왔다”며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이 좋은 몽골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정비에 투입하는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는지에 따라 항공사의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항공정비인력 태부족…성장 가능성 커


국내 항공사 정비 인력은 대한항공이 보유한 1980명이 사실상 전부다. 국내 대표 공항인 인천공항의 한해 항공여객수가 6825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규모가 비슷한 홍콩첵랍콕 공항(7030만명)의 항공정비인력이 5500명으로 두 배가 넘는다. 인천공항보다 규모가 작은 자카르타 공항과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항공정비인력도 각각 3000명을 넘는다.


항공정비인력의 부족 탓에 국내 LCC들이 기체 정비를 제때 받지 못해 대형 항공사 대비 결항률이 높은 상황이다. 향후 신규 LCC가 1~2곳 추가로 출범할 예정인 것을 감안하면 항공정비 인력과 업체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미 항공정비시장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KAI)와 한국공항공사, BNK그룹, 제주항공 등은 지난해 7월 항공정비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의 B737-800NG 항공기 1대에 대한 중정비 계약을 체결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의 경우 기술력이 월등하기 때문에 분사 이후 오히려 빛을 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KCGI는 루프트한자 그룹의 항공우주사업부였던 루프트한자 테크닉(LHT)이 1994년 분사한 이후 외부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2014년 62%에서 2017년 66%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45억 유로에서 57억 유로로 26% 늘어났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이 분사 이후 IPO에 성공할 경우 기업가치는 최소 1조원 이상을 형성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은 지난해 9월말 기준 매출액 4713억원, 영업이익 146억원, 총자산 1조 2558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가 주장한 1조원이란 가치는 항공부품제작 업체인 아스트를 비교대상으로 설정한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1조원을 훨씬 상회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고 말했다. 아스트는 2017년 매출액 972억원, 영업이익 8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임직원은 241명으로 이중 90%가 항공기부품제조를 담당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의 사업부 분사 이슈에 대해 그동안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며 “항공우주사업부가 대한항공 내에서는 미운 오리 신세에 불과하지만 분사에 성공할 경우 백조로 변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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