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지배구조의 명암
조현준 일가, 주식담보대출 턱밑까지 찼다
[효성 지배구조의 명암]② ㈜효성 지분 46% 담보로 묶여…반대매매 리스크에 노출

‘공정경제’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업정책은 이전과 180도 달라졌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순환출자 해소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대대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 기업집단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통과를 하지 않았지만 선제적으로 기업지배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효성그룹도 마찬가지다. 형제간 경영분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조현준’ 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효성 지배구조는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향후 총수 일가의 유동성 상황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형제간 분쟁 이후 지주사 전환과 조현준 체제 수립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효성그룹에는 아킬레스건이 존재한다.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조현준 회장 일가는 보유 중인 상장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여느 총수일가와 마찬가지로 조 회장 일가도 보유 주식 말고는 현금화를 시킬만한 자산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식담보대출 덕분에 지주사 전환이라는 과업을 완수했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주사 ㈜효성 지분 중 90% 가까이가 담보로 묶여 있다. 막대한 금융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물론, 주가하락 리스크에도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조현준 회장 지분율, 7.26% → 21.94%


2012년까지만 해도 조현준 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7.26%에 불과했다. 동생인 조현문 변호사(7.18%), 조현상 총괄사장(7.9%)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본격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당시 조현문 변호사가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에게 강하게 질책을 받은 직후, 보유 지분 대부분을 팔고 회사를 떠났다.


같은 해 조현준 회장은 시장에서 2% 이상의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을 9.85%로 끌어올렸다. 이후 2014년 최초로 10%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지분율을 14.59%까지 늘렸다. 올해 초에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21.94%로 확대해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조 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상 총괄사장도 같은 기간 꾸준히 지분을 매집했다. 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조 회장의 어머니 송광자씨도 힘을 보탰다. 유상증자 이후 조 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율은 54.72%로 수직상승했다. 기존 지분율이 36.98%였던 것에 비해 15%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이다. 지배력 강화와 함께 지주사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숙원 사업을 해결했지만 조현준 체제의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지난 7년간 조 회장 일가가 지배력 강화에 사용한 자금은 수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지난해 12월 유상증자에 투입한 자금만 3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 일가가 상장된 효성 계열사 주식을 금융회사에 대거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들의 보유 자산은 대부분 계열사 주식에 집중돼 있다”며 “실제 동원 가능한 현금이 부족해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5개 상장사 지분, 모두 담보로 제공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효성계열사 상장 주식은 예외 없이 금융회사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효성과 효성ITX,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5개사다. 이중에서도 담보로 가장 많이 활용한 주식은 지주사인 ㈜효성이다.


조 회장의 경우 보유 지분 21.94% 중 19.77%, 조 총괄사장은 21.42% 중 19.29%, 송광자씨는 0.48% 중 0.45%를 담보로 제공했다. 조 명예회장도 9.43% 중 6.47%가 질권설정돼 있다.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 53.27% 중 45.98%가 담보로 묶여 있다. 담보제공비율이 86.3%에 달한다.



나머지 상장사 지분들도 마찬가지다.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효성티앤씨와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첨단소재 등의 지분 중 20~80%가 담보로 설정돼 있다. 특히 최대주주인 조 회장과 조 총괄사장의 담보제공비율이 최소 50% 이상을 상회할 정도로 비교적 높았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리스크가 효성그룹의 전체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실시간으로 담보비율을 확인한다. 계좌평가액이 담보비율에 미달하면 주식 보유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금융회사가 주식을 반대매매한다.


일례로 주식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총 가치가 100억원이고 이 금액의 100%인 100억원을 대출받으면 주식계좌에는 200억원이 있게 된다. 만약 담보유지비율이 120%라면 계좌평가액을 120억원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주가 하락으로 평가액이 120억원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주사 ㈜효성의 지분 중 80% 이상이 담보로 묶여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가 이뤄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 회장 일가의 ㈜효성 지분율이 낮아질 경우 그룹 전체의 지배력이 낮아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효성그룹 계열사들이 고배당을 제안해 주가방어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주식담보대출 규모가 워낙 커 효성그룹 지배구조에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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