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세연 기자] 카드 수수료 인상을 놓고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 힘겨루기가 예고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다만 향후 적용 실태 점검에서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형사고발 등 엄중조치에 나설 뜻을 내비치며 당사자간 원만한 해결 마련도 요구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형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산정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며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간 생산적인 논의로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단 금융당국은 카드 수수료 협상와 관련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적격비용 기반의 수수료율 산정과 수익자부담 원칙 내에서 자율적 합의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라고 못박았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협상 진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카드사가 가맹점에 수수료율 조정 사유를 충분히 설명하도록 지도하기도 할 방침이다. 원만한 해결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후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엄중조치에 나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월매출 3억원 이상의 대형 가맹점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이나 대가 등을 요구하는 것이 확인되면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카드사가 대형 가맹점에 부당한 보상금을 제공하거나 적격비용 원칙을 지키지 않고 수수료율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경우에도 업무정지,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무리한 카드 수수료 인하가 카드사와 가맹점간 갈등을 초래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수익자부담 원칙을 구현하고 일반·대형가맹점간 카드 수수료 역진성(소득이 낮은 쪽이 더 많은 세를 부담하는 것)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카드수수료 종합개편으로 혜택과 무관하게 전체 가맹점에 공통 배분되던 마케팅 비용을 가맹점별 혜택에 따라 개별화하고 매출규모에 따른 비용 상한도 차등 적용키로 했다. 매출 500억원 이하의 일반 가맹점 수수료는 평균 22~30bp 낮아졌지만 마케팅 혜택이 집중된 500억원 초과 일부 대형가맹점의 경우 비용률이 인상되며 갈등이 빚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 가맹점의 비용률 인상은 수익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의 결과”라며 “수수료 인하 여력을 집중 배분한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 인하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영세·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로 줄어든 카드사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인상하려 한다는 일부 지적의 반박이다. 대형 가맹점의 적격비용이 인상된 것은 대형·일반 가맹점간 수수료율 불공정성과 역진성을 시정하기 위한 것일 뿐이란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하한선을 마련해달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영세 중소가맹점 수수료와 달리 일반 카드 수수료는 시장에서 결정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당국은 현대·기아차와 카드사간 협상에서 보듯 대형 가맹점의 협상력에 밀려 카드수수료율 역진성 해소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특정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결과치만으로 역진성 해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현대·기아차와 수수료율 협상을 벌여온 국내 주요 카드사는 계약해지 통보까지 이어지는 진통을 겪었다. 양측간 갈등은 최근 카드사가 현대차가 제시한 인상안(1.89%)을 받아 들이며 일단락됐다.

금융당국은 가맹점 계약해지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협상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하기로도 했다. 가맹계약 해지 등 최악의 상황 발생시 카드사 회원과 해당 가맹점 소비자에게 결제 가능 카드 등에 대한 신속한 안내에 나서기로 했다. 대형가맹점 가맹계약 해지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방지를 위해 필요시 관련 입법 등 제도적 기반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