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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조양호,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 좌절
권준상 기자
2019.03.27 11:41:00
등 돌린 표심 잡지 못해…20년 만에 대표이사서 물러나

[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했다. 이로써 1999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오른 조 회장은 20여년 만에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대한항공은 27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제5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주주접수 지연으로 주총 개최시간이 예정된 9시보다 10분 늦게 시작돼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주총의 총 참석주주는 7004만946주로 의결권 총수(9484만4611주)의 73.84%를 기록, 보통결의와 특별결의사항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다.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나타났다.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는 “조 회장의 재선임안건은 정관상 의결정족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전 위임장과 국민연금, 외국인대주주들의 주식 수를 이날 아침까지 파악한 결과, 다른 주결과에 변동이 없어 부결이 됐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은 특별결의사항으로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날 출석 참석주주 73.84%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다. 조 회장은 사내이사 재선임에 성공하기위해 66.66%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했지만 2.5% 가량의 표심을 확보하지 못해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했다. 대한항공 지분은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33.35%, 국민연금 11.56%, 기타 주주 55.0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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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의 재선임 부결 가능성은 이미 전날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반대로 표명하면서 높아졌던 상황이었다. 전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에 대한 의결권행사 방향에 대해 심의를 진행한 결과,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은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의 침애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 중이다.


국민연금의 표명에 앞서 국내외 주요 의결권자문사들이 반대를 권고한 점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 ISS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투표를 권고했었다. 해외 공적 연기금인 캐나다연금(CPPIB) 등은 의결권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대한항공은 아직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룹차원에서 이번 주총에 총력을 기울여왔던 가운데 부결이란 결과를 받아들면서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주총 내내 조 회장의 재선임 여부에 집중하던 대한항공 관계자들의 표정은 재선임 실패와 함께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은 이틀 뒤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 대한 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다룬 안건 중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제외하고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전자증권제도 시행과 개정외부감사법에 따른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박남규 사외이사의 신규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50억원) 승인의 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고성 오간 주총장…의장 주총 진행력 아쉬워


이날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가 의장을 맡아 진행된 주총은 첫 번째 의안인 2018년도 재무(연결)재무제표에 대한 안건부터 고성이 오갔다. 이날 주주 대리인으로 참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진해운 지원의 부당성,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조사를 받고 있는 조 회장 문제에 대해 이사회는 어떤 논의를 했고, 내부통제시스템을 어떻게 검증했는지 말해달라”고 밝혔다.


주총 초반부터 조 회장 일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이 나오자 반대입장에 서 있는 주주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채 의원의 발언을 끊으며 거칠게 항의했다. 우 대표는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주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채 의원에게 “말하고자하는 바를 정리해 1분 이내로 발언을 마무리해달라”고 밝혔다. 이에 채 의원은 “주총에서 주주의 발언은 보장돼야한다”며 “충분한 발언의 기회를 제공해달라”고 주장했다.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주주들간의 고성은 주총이 끝날 때까지 지속됐다. 하지만 의장은 대체로 조 회장과 회사 측에 문제제기를 하는 주주들에게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한편 일부 주주들은 협소한 주총장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한 주주는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고, 주주들의 많은 참석이 예상됐는데 왜 이렇게 협소한 장소에 주총을 개최했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주총은 많은 주주들이 참석해 주총 시작이 10여분간 지연됐고, 다수의 주주들은 주총이 끝날 때까지 서서 진행과정을 지켜봐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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