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 전국은행연합회는 이달내 은행지점 폐쇄와 관련한 모범 규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내용에 대한 세부적인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모범 규준은 지점 통·폐합에 따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악화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은행과 관련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금융혁신과제를 발표한 이후 업계와 꾸준히 협의해왔다. 모범 규준은 이를 토대로 마련될 계획이다.

일단 은행들은 모범 규준에 따라 지점을 폐쇄하기 전 고객 피해를 분석하는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3500여개에 달하는 우체국을 상호금융 업무에 활용토록 하는 방안도 모범 규준에 담길 전망이다. 지점을 폐쇄하더라도 키오스크를 활용한 무인점포를 유지하거나 여러 은행이 하나의 지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들도 검토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초 국내 은행 지점 및 출장소 수는 5000여개 달했다. 2년 남짓한 시간이 흐른 2018년말 기준 국내 은행(특수은행 제외)의 지점 및 출장소 수는 4771개다. 200여곳의 지점이 통·폐합된 셈이다.

당초 금감원은 과도한 지점 축소에 나서는 은행에 대해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분별한 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행업무의 디지털화) 확대로 모바일 환경에 익숙치 않은 고령층 등 일부 취약계층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역내 투자 평가와 시금고를 선정할 때 해당지역내 점포수 현황을 고려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은행 압박용 카드였다.

반면 은행업계는 모범 규준을 자칫 자율 경영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신 경쟁과 한계가구 및 기업부실에 따른 리스크(위험도)를 벗어나기 위해 선택했던 디지털 기반의 경영 정상화 노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생산성이 낮은 지점의 통·폐합은 비용 감소를 위한 경영 합리화 활동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여기에 확대되고 있는 모바일 환경에 발맞춘 전략적 선택이라는 논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불가피한 과제”라며 “은행업계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란 대응이 필요한 만큼 비대면과 자동화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취약계층 등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고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업계 차원의 공통의 노력은 꾸준히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모범 규준을 도입하면 지점 통·폐합을 이전보다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규준 자체가 은행권 자율적 노력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과도한 수준에서 정해지진 않을 것”이라며 “규준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일이 없도록 보완적인 수준에서 작용할 경우 통·폐합 추진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보다 활발하게 이끌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