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4대 유통그룹 가운데 CJ그룹만 유일하게 지난해 사회적 책임을 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을 제외한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너 일가 곳간 채우기엔 열을 올렸던 반면 기부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순익 증가에도 기부금 감소폭이 가장 커 눈길을 끌었다.

4대 유통그룹 소속 상장사 32곳은 지난해 개별기준 80조7875억원의 매출과 5조25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9.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수준이다. 순이익은 2조9188억원으로 같은 기간 34.5% 감소했다.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이 악화됐던 건 내수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온라인 중심으로 쇼핑채널이 재편되면서 경쟁이 심화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사드 여파로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중국의 불매운동도 수익성 악화를 부추긴 요인이 됐다.

그룹별로 보면 매출액은 4대 그룹 모두 증가했다. 롯데그룹 상장사 11곳이 36조1811억원으로 전년보다 6.1% 증가했고, 신세계그룹 상장사 7곳이 18조8651억원으로 6.1% 늘어났다. CJ그룹(9곳)과 현대그룹(7곳) 상장사 역시 19조2308억원, 6조5105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같은 기간 각각 20%, 6.5%씩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개선된 것은 CJ그룹이 유일했다. CJ그룹의 영업이익은 8645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순이익은 8535억원으로 27% 늘어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사업 진출에 따른 고정비 부담 확대로 영업이익(6544억원)은 0.2% 줄었지만 순이익(6806억원)은 금융수익 증가 등으로 인해 27% 증가했다. 반대로 중국 내 마트에 이어 TV홈쇼핑 사업까지 철수 중인 롯데그룹은 영업이익(2조8213억원)과 순이익(6731억원)이 각각 17.8%, 73.3%씩 줄었고 신세계그룹은 영업이익(9143억원)은 9.5%, 순이익(7115억원)은 22.1% 감소했다.

수익성이 이처럼 쪼그라든 탓에 CJ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의 지난해 기부금 규모도 2017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기부에는 인색했던 이들 그룹의 오너 일가가 수령해간 배당금 규모는 크게 증가했단 점이다. 물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배당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아울러 2017년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일시적으로 기부금이 늘어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롯데그룹 및 신세계그룹과 달리 순이익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줄여 눈총을 사고 있다. 정지선 회장 등 현대백화점 오너 일가는 2018 회계연도에 수령한 배당금은 896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46% 증가한 반면, 기부금은 112억원으로 같은 기간 34.8% 감소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17년의 경우 평창올림픽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100억원을 지원했던 까닭에 작년 기부금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것뿐”이라며 “일회성 이슈가 있었던 연도를 제외하면 매년 기부금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도 “올림픽 등 이벤트가 있던 해의 경우 기부금이 전년에 비해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긴 하나 이벤트 비용을 제거하면 기부금 총액은 매년 소폭이나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한편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는 339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전년보다 61.9% 증가했고, 기부금은 694억원으로 9.9% 감소했다. 이명희 회장 등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 역시 배당금은 248억원 수령해 같은 기간 29.4% 늘어난 반면, 기부금은 221억원으로 24.9% 줄었다. 반면 이재현 회장 등 CJ그룹은 배당금(189억원) 규모는 3.8%, 기부금(1627억원)은 36.8%나 늘려 사회공헌에 앞장섰던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