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혜인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마저 주력사업인 석유사업부문의 업황 악화로 타격을 입었다. 그 동안 이어왔던 풍부한 현금창출력으로 급증하는 투자 수요를 받쳐주길 기대했지만 더딘 업황 개선으로 1분기에도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전년동기 대비 1.9% 상승한 12조4002억원의 매출액을 거뒀다. 반면 영업이익은 331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3.5% 하락하면서 반토막 났다.

전체 실적 하락은 주력사업인 석유화학부문이 부진했던 영향이 컸다. 작년 1분기 325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석유사업부문은 올해 1분기 디젤 등 석유제품 마진 악화로 영업손실 63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 4분기 5500억원을 넘는 대규모 적자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됐지만, 전년동기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한참 남았다.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 1286억원에서 올해 1분기 471억원으로 3배 가까이 줄었다. 석유개발사업 역시 북미 셰일가스 생산 증가에 따른 가스 가격 하락으로 전분기 대비 256억원 감소한 55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다행스럽게도 화학사업부문은 파라자일렌(PX)의 재고 이익 발생으로 3203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배터리사업 역시 재고관련 손실이 감소하고 운영비를 절감해 전분기 1107억원이었던 영업손실 규모를 869억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2분기에는 그 동안 부진했던 석유부문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은 계절적 요인과 황 함량 규제 도입에 따른 디젤 수요 증가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 전세계 선박 연료유 황함량 규격을 기존 3.5%에서 0.5%로 강화키로 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 친환경 연료유 생산설비인 VRDS 투자를 단행했다.

그는 “다만 화학부문은 폴리에틸렌(PE) 등 올레핀 제품의 중국 경기 부진 장기화로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파라자일렌(PX) 은 중국 신규 설비 가동에 따라 스프레드 약세가 예상되지만 기초유분을 다시 분해해 만드는 다운스트림 제품의 수급 개선, 고순도테레프탈산(PTX) 설비 가동으로 하락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활발한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및 해외 배터리 설비투자,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상업라인 신증설,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등으로 올해 총 3조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컨퍼런스 콜을 통해 “앞으로 3~4년간 배터리사업에만 연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2021년 배터리사업부문은 손익분기점(BEP)를 통과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수주 잔량은 430GWh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50조원 이상을 수주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재사업부문인 LiBS 생산능력(캐파)은 현재 연 3.6억㎡로, 두 개 라인 증설을 마무리하는 올해 말 캐파는 5.3억㎡로 증가한다”이라며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를 위해 중국, 폴란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VRDS 설비에 대해서는 “현재 50% 정도 구축된 상태로 2020년 7월 상업가동할 계획이지만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상업 가동이 시작되면 바로 수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