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양호 회장 타계 한 달, 조원태 체제 전환 ‘삐걱’
차기 동일인변경 신청 미제출 ‘내부 불협화음’…KCGI 압박 타개 고심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타계한 지 한 달이 된 가운데 새롭게 추진된 조원태 체제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빠르게 그룹 대표에 올라 조직문화와 수익성 개선 등에 박차를 가하며 순항을 예고했지만 차기 동일인(총수)을 누구로 할지에 대해 내부적 의사 합치를 이루지 못하며 가족간 분쟁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부친 장례 한 달만에 그룹 대표 오른 조원태…수익성 개선 박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부친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장례절차를 마친 지 일주일 만에 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회장에 올랐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타계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빠른 조치였다. 회장에 오른 그는 가장 먼저 근무 환경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등 조직문화 개선에 나섰다. 우선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노 타이(NO Tie)’ 근무를 도입했다. 2008년부터 하계 시즌 노 타이 근무를 시행해왔지만 보다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 타이 근무를 연중 확대 시행한 것이다.


수익성 개선에도 박차를 가했다. 한진그룹은 올초 2023년까지 매출을 22조원으로 확대하고 영업이익률을 10%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발표하며 실적 개선을 강조해 왔다.


조원태 회장이 그룹 지휘봉을 잡은후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전체 국제선 노선의 70%에서 퍼스트클래스(일등석)를 없애는 한편 국내선 운임도 평균 7% 인상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영업환경이 계속 악화하는 가운데 수익성 개선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좌석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선 27개 노선 좌석 운영 방식을 기존 3클래스(퍼스트-프레스티지-이코노미)에서 2클래스(프레스티지-이코노미) 체제로 변경한다.


국내선 운임 역시 다음달부터 인상된다. 2012년 7월 이후 7년 만이다. 일반석 운임은 현행 대비 주중, 주말, 성수기 운임 모두 평균 7% 인상된다. 국내선 환불 수수료도 기존 1000원에서 예약 클래스별로 차등화해 정상운임은 3000원, 특별운임 5000원, 실속운임 7000원으로 인상에 돌입한다.


◆KCGI의 지분 확대…상속세 재원 마련 과제


조원태 회장의 빠른 행보속에도 한진칼의 2대주주인 행동주의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의 경영권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KCGI 산하 특수목적법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24일 한진칼 지분이 기존 12.8%에서 14.98%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한진칼의 2대주주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해 11월 9%의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뒤 꾸준히 지분 확대에 나서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한진칼을 통해 ㈜한진, 칼호텔네트워크 등의 계열사로 이어지는 한진그룹 지배구조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고 조양호 전 회장으로 지분율은 17.84%(특수관계인 포함시 28.7%)다. 지분을 확대한 KCGI와의 격차는 2.86%포인트(p)에 불과하다. 조 회장 일가의 입장에서는 조 전 회장이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아야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조원태 신임 회장을 포함한 회장 일가의 지분은 7%에 못 미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원태 회장(2.34%), 조현민 전 대한항공 상무(2.30%)의 지분은 각각 2%수준이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아야 하는 조원태 회장 일가로서는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마련이 부담이다.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은 절반가량이 담보로 설정돼 있어 자금여력도 충분치 않은 모습이다. 조원태 회장은 금융회사와 세무서에 각각 0.74%, 0.25%가량의 지분을 담보로 맡기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역시 금융회사(0.66%)와 세무서(0.42%)에 한진칼 지분 1.21%를 담보로 제공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상무도 금융회사 등에 0.69% 가량을 담보로 맡겨두고 있다.


◆내부 단합도 모자란데 한 달도 안 돼 불협화음…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 미제출


주목할 점은 내부적 단합을 해도 모자를 판국에 가족간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는 부분이다. 한진그룹은 8일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한진 측은 기존 동일인(고 조양호)의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당초 10일로 예정됐던 ‘2019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일자를 15일로 연기하고 이날까지 자료 제출을 독려하고 있다.


당초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조원태 회장을 새 동일인으로 내세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이끌어가라’는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유언과 함께 조원태 회장이 고 조양호 회장의 장례절차를 마친지 일주일 만에 한진칼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룹 경영권을 놓고 가족간 다툼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기대했던 동일인 변경 신청에 나서지 못하며 가족간 불협화음이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정점에 있는 한진칼의 지분 확보가 중요한데 조 씨 남매의 보유지분은 각각 2%수준에서 큰 격차가 없는 상황이다.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조현아·현민 자매의 협조까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조원태 회장 중심의 확실한 체제 구축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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