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방직 자사주 매입, 지주사 전환 신호탄?
사업회사 지배력 강화 가능


대한방직의 대규모 자기주식 매입이 지주사 체제 출범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자기주식을 활용해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도 유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대한방직은 22일부터 오는 6월 11일까지 공개매수 방식으로 최대 300억원 어치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 매입 대금은 지난 21일자로 NH투자증권 계좌에 납입했으며,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 작업을 대행하게 된다.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 실무를 맡는 대가로 18억원의 수수료를 수령한 상태다.


대한방직의 자기주식 매입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전일 종가(1만5900원) 기준 843억원이던 대한방직 시가총액의 3분의 1을 넘어선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대한방직은 전체 발행주식의 25.7%를 이번 공개매수로 확보하게 된다. 매입 재원은 보유 현금으로 충당했다.


프리미엄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대한방직의 최근 3개월간 평균 주가(거래량 감안)는 1만4975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46.9%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공개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1분기 말 기준 606억원에 불과한 대한방직의 현금성 자산 가운데 절반 이상이 소진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방직이 제시한 공개매수의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다. 대한방직은 최근 3년 사이에 2회계연도는 당기순손실 발생으로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고, 지난 회계연도에만 주당 300원(보통주 기준)을 배당했다. 대신 이번 공개매수로 배당에 상응하는 효과를 내고, 유통주식수 감소로 인한 주당 이익 상승 효과도 염두에 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개매수 수량이나 제시 가격이 파격적인 수준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주주 환원책의 일환으로 자기주식 매입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상당수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돌입하고, 이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대거 활용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대한방직의 오너는 설범 회장으로 1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들을 합한 지분율은 25.8%다. 대한방직이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의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설 회장이 확고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한방직이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설 회장의 지분은 지주사에 대한 개인적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자기주식은 지주사의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 수단으로 각각 활용할 수 있어서다.


상당수 기업들이 택한 지주사 전환 방법론인 인적분할을 택할 경우 설범 회장은 개별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지분을 동시에 25.8%씩 갖게 된다. 이후 자신이 보유한 사업회사의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지주사 신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비슷한 방식을 택한 다른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사례에 따르면 설 회장의 지주사 지분율은 현재 수준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주가 상황이나 소액주주들의 호응에 따라 차이는 발생할 수 있지만 25%대인 지분율을 과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신 지주사의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 확보는 앞서 매입한 자기주식을 활용하면 된다. 일단 자기주식을 지주사의 몫으로 돌려 놓은 뒤 자기주식을 사업회사에 현물출자 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이를 통해 지주사는 사업회사의 신주를 교부받고, 예전과 같은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사업회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대한방직 측은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한 자기주식 매입이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자기주식 매입은 공개매수 설명서에 기재된대로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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