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녹 분유’ 사건, 이유 있는 반격
문제제기 소비자, 인과관계 규명 없이 현금 100억 요구


남양유업이 최근 불거진 ‘녹 분유’ 사건에 단단히 뿔났다.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규정하고 경찰에 고소했다. ‘갑질’ 프레임에 갇혀 그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대리점 갑질 논란 이후 분유가 사실상 남양유업의 수익 창구 역할을 해왔던 만큼 회사의 존속이 걸린 문제로 판단해 강경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남양유업은 지난 9일과 10일 녹 분유와 관련해 두 번에 걸쳐 공식입장을 밝혔다. 핵심 내용은 최첨단 비전시스템을 통해 캔까지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는 만큼 녹슨캔 생산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가 지난 90일여 동안 어떠한 인과관계도 규명하지 않은 채 현금만 요구해 블랙컨슈머로 규정하고 악의적 요구에 대한 민·형사상 고소를 진행하게 됐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에게 병원진단서 및 식약처 검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면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줄곧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식의 협박만 해왔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인내했으나 비방의 수준이 높아지고 브랜드에 대한 훼손도 심해져 결국 경찰에 고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녹 분유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는 그동안 남양유업에 전화해 ‘두 아들이 조폭이다’, ‘100억원의 보상금을 내놓으라’, ‘현금 5억원을 주면 합의해 주겠다’ 등의 협박을 일삼아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 불거진 논란에 대해 해명과 사과만 하고 있는 남양유업의 처지를 악용했던 셈이다.


따라서 남양유업의 대응이 과도하단 시각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 식음료 회사들은 속 시원하단 반응과 함께 업계가 공동으로 블랙컨슈머에 대응해나갈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물질 등 문제가 불거지면 브랜드 이미지 추가손상을 막기 위해 식음료 회사들이 덮기 급급하다 보니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블랙컨슈머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이 기존과 달리 이번 녹 분유 사건에 강경대응에 나선 건 해당 사업까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으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음료와 우유 제품의 매출액이 형편없이 고꾸라졌다. 분유 역시 영향을 받은 건 다르지 않다. 다만 산후조리원 등 신생아 관련 시설을 철저히 관리해온 덕분에 여전히 국내 분유 시장을 50% 이상 점유하고 있을 만큼 강력한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최근 5년간 남양유업의 분유 매출액만 봐도 대리점 갑질 사건이 불거진 이듬해인 2014년에는 285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2.9% 줄었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엔 각각 3020억원, 3032억원을 기록하며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2017년과 2018년 각각 2596억원, 2412억원으로 주저앉긴 했으나 신생아 출생 감소로 경쟁사들도 하나같이 매출액이 줄어든 걸 고려할 때 분유 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최근 4년 새 매출액은 15.6%나 감소했으나 시장점유율(52%→50%)은 2%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다른 제품과 달리 분유의 피해가 적은 이유는 오랜 기간 산후조리원 등을 철저히 관리해온 덕분”이라며 “신생아의 경우 처음 맛본 분유에 대한 선호 경향이 강하다 보니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리점 갑질 사건 이후에도 우유 등 유제품의 매출액이 남양유업 전체 매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수익의 상당부분은 분유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유까지 경쟁사에 내줄 경우 정상화가 요원하다고 판단해 강경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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