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 최소한의 역할 해야”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전자금융업자 등록제 적용, 대안 될 수 있어”


올해 안에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암호화폐 거래소(이하 거래소) 등록제는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최대 화두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블록체인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거래소 코인플러그의 어준선 대표(사진)는 “등록제 시행으로 정부가 거래소의 자연스러운 퇴장을 유도할 것”이라며 다소 우려의 시각을 제기했다.


현재 논의 중인 거래소 등록제는 지난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은행에 준하는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거래소에 부과하라고 권고한 것이 시발점이다. FATF의 권고안과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암호화폐 관련 자금 세탁장비 가이드라인'을 골자로 거래소 등록제가 시행되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지게 된다.


금융위의 그림자규제 폐지 후 오는 7월 벌집계좌 사용도 금지돼 은행으로부터 가상통화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는 운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등을 중심으로 발의된 상태로 이에 함께 금융위의 거래소 등록제 준비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수준의 거래소 등록제가 시행되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거래소는 많지 않아 보인다. 업계는 적게는 3곳, 많아야 5곳의 거래소만 살아남을 것으로 내다본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비교적 업력이 긴 편인 어 대표가 거래소 등록제를 우려하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 대표는 지난 2013년 블록체인 기술 연구 기업 코인플러그를 설립했다. 그해 10월 거래소 씨피닥스(CPDAX)를 오픈한 후 비트코인ATM기를 런칭하고 편의점 선불형 BTC 카드 서비스를 내놨다. 지금은 정부와 대기업에 디지털 신원공유 블록체인 플랫폼인 메타디움(Metadium)의 주요 기술 개발 협력과 디지털 자산 안전보관 서비스(Digital Asset Custody)를 제공하고 있다.


어 대표는 등록제 시행으로 너무 높은 진입장벽과 엄격한 규제가 이뤄지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있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 대표는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 등을 예로 들며 “암호화폐는 이미 산업의 한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법원도 암호화폐의 금전적 가치를 인정했다”며 “정부는 산업화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암호화폐 다단계와 유사수신 사기를 막는 최소한의 역할만 해야 한다”며 네거티브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어 대표는 2016년 당시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추진됐던 전자금융업자 등록제 적용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당시 정부는 핀테크 육성 정책에 거래소도 포함하기로 가닥 잡고, 거래소의 전자금융업자 등록제를 추진했다. 이내 정권이 바뀌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어 대표는 “정부가 일찌감치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들였다면 한국이 패권을 쥐고 미국과 주도권 다툼을 벌였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거래소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중요한 참여자다. 국내 거래소는 무려 300여개로 추산된다. 많게는 하루 수백억이 거래되는 거래소가 제대로 된 보안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우후죽순 생기면서 흡사 도박장으로 변질됐다. 만약 3년 전에 규제안이 제대로 마련했다면 제도권안에서 거래소의 건전한 육성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말했다.


거래소 등록제가 시행되면 어 대표도 거래소 운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 대표는 “등록제를 시행하려면 거래소에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가상계좌 사용 여부는 은행과 거래소의 계약관계에 따라야 한다. 은행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계좌 사용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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