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혜택 아닌 실험”
조정희 세종 변호사 “심사위원, 네거티브 규제 선언한 법조문 주지해야”

“규제 샌드박스는 혜택이 아닌 실험이다”


최근 블록체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의 조정희 파트너 변호사(사진)는 팍스넷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조 변호사는 규제 샌드박스는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정부의 허가제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시공간 제약이 분명하기때문에 승인을 통과한 신청자에게 프리패스를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정부를 향해 “마치 기관이 허용해줄 권한이 있는 것처럼 현행 법령이나 신청 서류 미비를 이유로 실험의 기회를 막아서는 안된다”라고 당부했다. 규제 샌드박스 신청자에게는 “이것이 만능키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실험을 통해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툴일 뿐”이라고 조언했다.



조 변호사는 이처럼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취지와 인식 개선이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실패든 성공이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며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그래도 해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을 전면에 내세운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의 일환인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시켜주는 제도로 올해 처음 시행됐다. 국내 규제 샌드박스 도입은 다소 늦은 편이다. 가장 빠르게 도입한 영국은 2014년, 일본의 경우 2017년에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조 변호사는 “이제라도 실험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도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나 섣부른 회의론을 모두 경계했다. 자칫 정책 이벤트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뼈있는 제언도 내놨다.


신 기술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둘 중 하나다. 시도하게 두면서 부작용을 줄이거나, 아니면 막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미국은 전자에, 우리는 후자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미국은 규제가 강하다. 정부가 책임지는 명확한 규제의 틀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마음껏 허용하되 벗어나지 않도록 경고하는 것”이라며 “만약 틀을 벗어나면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며 우리도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변호사는 규제 샌드박스 시행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변호사는 “처음부터 이무기가 될 것이라 정해놓고 막는 것은 미래를 책임지는 태도가 아니다”라며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사전에 재단하는 태도를 경계했다.


조 변호사는 정부·민간심사위원들에게 규제 샌드박스가 허용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규제자유특구법 제 4조를 들었다. 조문은 혁신사업 또는 전략산업 등의 허용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국민의 생명·안전이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경우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정책에서 보기 어려운 ‘사후 규제원칙’이다. 네거티브 규제를 골자로 하는 선언적 조항이다.


조 변호사는 “규제 샌드박스의 근본 취지가 법령에 들어간 것의 의미를 주목해야 한다”면서도 “과연 그렇게 이뤄지고 있는지 상당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조 변호사는 “샌드박스의 성공여부는 실험에 대한 자세에 달렸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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