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성장가도 ‘자회사’ 왜 내다팔까
[격변의 LG] 신사업 힘주고, 일감몰아주기 빌미도 해소


LG전자가 구광모 그룹 회장의 경영 포트폴리오 정비 추진 방침에 따라 비주력 계열사 정리작업에 속도를 올려 나가고 있다.


그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연료전지 사업의 청산 작업을 시작했고, 최근 몇 년 새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해온 수처리 사업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매각을 결정했다. 현재 수익이 나더라도 미래 성장동력이 아니면 미련 없이 잘라내라는 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다.


특히 정리중인 일부 계열사의 경우 이번 작업을 통해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동시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빠르면서도 명확한 목표를 둔 구광모 회장의 ‘타깃경영’에 더욱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 비주력 계열사 정리 속도…높은 내부거래 비중도 부담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수처리 관련 자회사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수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예비실사를 진행, 빠르면 6월 중 본입찰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매각 대상에는 LG전자가 보유중인 하이엔텍 지분 100%와 LG히타치워터솔루션 지분 51%, 그리고 LG전자와 함께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합작 설립한 일본 수처리 전문기업 히타치플랜트테크놀로지의 지분 49%도 포함됐다. LG측 희망 매각가는 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LG전자가 시장에 내놓은 두 회사 모두는 느리긴 하지만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한 2012년 이래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이어온 기업이라는 점이다. 다만 LG전자 연결 기준으로 봤을 때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지난해 매출 비중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LG전자 입장에선 버리기 아까운 카드는 아닌 셈이다.


또 두 회사 매각을 통해 얻게 되는 효과적인 측면도 부각된다. LG는 계열사 매각의 표면적 이유로 비주력 사업 정리를 들고 있지만, 일감몰아주기 논란 해소가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된다.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은 (주)LG의 손자회사격으로 일감몰아주기의 직접적인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내부 거래 비중이 50%를 훌쩍 뛰어 넘는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실제 두 회사의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이 같은 주장이 보다 와닿는다. 작년 말 기준 하이엔텍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의 45.9%인 713억원에 달한다. LG히타치워터솔루션의 경우엔 하이엔텍보다 높은 87.8%인 3667억원을 LG디스플레이 등 관계사들로부터 벌어 들였다. 이번 두 회사 매각 작업에서 LG그룹이 매수자들에게 얼만큼의 물량을 보장할지가 주효한 포인트로 꼽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이엔텍과 LG히타치워터솔루션은 2011년과 2012년 LG 패밀리에 합류한 기업이다. 하이엔텍은 2011년 말 대우건설로부터 600억원을 들여 인수했고, LG히타치워터솔루션은 이듬해 1월 설립된 일본 합작사다.


하이엔텍은 수질오염방지시설 및 하수처리시설 관리 및 운영, 환경관련 엔지니어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으로, 실적만 놓고 보면 작지만 알찬 기업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년대비 11.3%, 31.2%씩 확대된 1555억원의 연매출과 1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84억원)도 39.5% 늘었다. 내부거래 비중(작년 기준 45.9%)이 높긴하지만 사업 첫 해인 2012년 이래 줄곧 매출과 이익을 확대시켜 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12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4.5배 가량 늘었고, 영업이익도 3배 이상 뛰어 올랐다. 30억원대였던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6년새 107억원대로 반등했고, 46억원에 불과했던 현금성자산도 작년 말 기준 295억원으로 6배 이상 늘어 났다.


또 다른 매각 계열사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은 음용수 및 산업용수 공급시스템 등 시설 설계를 주사업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 역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그 배경엔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 관계사들과의 거래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LG히타치워터솔루션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4178억원, 369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15.0%, 10.5%씩 성장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의 경우 21.4% 빠진 202억원을 기록했다. EBITDA는 395억원이다. 지난해 켑코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중랑물재생센터 에너지효율화 사업에 참여하며 80억원을 차입하긴했지만, 이 금액이 전체 차입금 전액인데다가 현금성자산도 548억원에 달해 재무적 여력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 관계사간 유사사업 통합도 동시 진행


사실 LG전자의 수처리 분야에 대한 정리 작업은 작년 말부터 감지돼왔다.


그룹 계열사 중 LG화학에서도 수처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미 작년 12월 LG전자 본사 소속 수처리 담당부서 멤브레인 사업부를 LG화학에 40억원에 양도하면서 해당 사업과 관련한 구획작업이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그간 LG전자와 LG화학에서 이원 운영되고 있는 LG그룹 수처리 사업을 일원화할 필요성을 제기해온 바 있다. 결과적으로 LG그룹은 유사사업군을 한 데로 통합하고, 관련 계열사를 매각함으로써 시너지 창출과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그룹은 비주력 사업 정리를 통해 선택과 집중 효과를 냄과 동시에 정부 규제의 빌미를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됐다”면서 “집권 초기 강력한 오너십 발휘해야 하는 만큼 당분간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변화 바람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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