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신세계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조인트벤처(JV) 스타벅스커피코리아(스벅코리아)가 올해 말 해체될까. 신세계그룹은 최근 불거진 결벌설에 대해 “계약기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만큼 결별이란 단어가 성립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최근 행보가 기존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결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스벅코리아는 2018 회계연도에 신세계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 각각 200억원씩 총 4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번 배당은 2010년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작년 한해 스벅코리아가 거둬들인 순이익(1120억원)의 35.7%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아울러 1999년 스벅코리아 설립 이후 앞서 지급된 배당금 총액보다도 많다. 스벅코리아는 2005년 60억원, 2007년 20억원, 2009년 20억원, 2010년 30억원 등 총 130억원을 배당했다.

‘깜짝 배당’이긴 하지만 작년 말 스벅코리아에 쌓여 있던 이익잉여금이 4002억원에 달했던 걸 감안하면 배당금 규모가 무리한 수준은 아니다. 아울러 2017년부터 무차입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다. 재무 상황만 놓고 보면 배당을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인 셈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도 “일각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요구로 스벅코리아가 배당을 실시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스벅코리아는 투자비 대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일정 수치를 넘고, 단기차입금이 없어야 배당을 실시하는데 작년 이런 요건이 충족돼 배당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작년 배당을 신세계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20년간의 동반 관계를 끝내기 위한 일종의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투자를 이유로 배당이 사실상 전무했던 회사가 난데없이 막대한 자금을 배당금으로 소요한 것을 비롯해 스벅코리아의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이석구 전 대표의 퇴임에도 여러모로 석연찮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스벅코리아와 마찬가지로 JV로 운영됐던 일부 국가의 스타벅스가 유사한 전철을 밟은 끝에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 지분을 매각했던 사례도 업계가 결별설에 주목하는 이유다. 실제 미국 스타벅스 본사는 2017년 중국 동반자였던 이스트차이나 보유지분 50%를 13억달러(한화 약 1조53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2014년엔 일본 합작법인 지분 60.5%를 9억1350만달러(한화 약 9600억원)에 사들였다. 즉 스벅코리아의 높은 성장세를 고려하면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자회사로 만드는 걸 고려하고 있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석구 전 대표의 퇴진이 본인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지만 시점이나 방법 등을 보면 11년간 스벅코리아의 고성장을 이끈 CEO에 대한 충분한 예우를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후임으로 굳이 외부인사를 영입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처사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세계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의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이 올해 말 종료된다는 소문이 투자은행(IB) 업계에선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 본사와의 결별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세계와 미국 스타벅스 본사 간 체결된 계약은 스벅코리아라는 JV를 설립하기 위한 주주간 계약이며 계약기간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계약기간이 없어 만료라는 단어가 성립되지 않음에도 결별 이야기가 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