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가 2018 회계연도에 수령한 배당금 규모가 전년에 비해 평균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백화점과 화장품 사업에서 호실적을 냈던 정유경 총괄사장은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증여받은 덕에 증가폭이 150%를 상회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배당금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된 걸 고려할 때 과도했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는 2018 회계연도에 7개 상장사로부터 총 248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이명희 회장이 137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가장 많았고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이 각각 80억원, 31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해 뒤를 이었다. 정재은 명예회장은 보유 중이던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아이앤씨 지분을 증여 및 전량 매각해 수령한 배당금이 없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신세계 오너 일가의 배당금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단 점이다. 더욱이 작년에는 신세계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이던 신세계푸드,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건설 등 계열사 지분을 이마트에 전량 매각했음에 수령한 배당금은 오히려 늘어났다. 최근 5년간만 봐도 2014년 169억원, 2015년 174억원, 2016년 175억원, 2017년 196억원으로 연평균 5.1%씩 증가했고, 작년에는 2017년에 비해 26.8%나 늘어났다.

주요 계열사 지분 매각에도 신세계 오너 일가가 수령한 배당금이 늘어난 이유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기관들의 배당확대 요구를 받아들였던 영향이 컸다. 실제 신세계와 이마트의 경우 2018 회계연도 주당 2000원씩 배당해 직전연도에 비해 각각 60%, 14.3%씩 늘어났다. 또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각한 신세계아이앤씨도 이 기간 주당배당금을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나 확대했다. 이에 따른 오너 일가의 배당금 비중(배당금/순이익)도 지난해 3.5%로 전년 대비 1.4%포인트나 상승했다.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 가운데 배당금 증가폭이 가장 가팔랐던 인물은 백화점부문을 맡고 있는 정유경 총괄사장이었다. 정 총괄사장은 2017 회계연도까지만 해도 연평균 11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으나 2018 회계연도에는 31억원을 받아 152.4%나 증가했다. 이어 정용진 부회장(80억원) 수령 배당금 규모가 34.4% 늘었고, 이명희 회장(137억원)이 20.2% 증가했다.

일각에선 배당 확대로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뿐만 아니라 일반주주들도 혜택을 누리긴 했지만 작년 수익성이 급감했던 만큼 주당배당금을 과도하게 높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7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9143억원으로 9.5% 줄었고, 순이익이 7115억원으로 22.1%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만 해도 저배당을 이유로 정기주총에서 광주신세계의 재무제표 승인을 수년째 거절하고 있는 등 신세계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던 만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배당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광주신세계만 해도 올해(2018 회계연도)도 저배당 기조를 이어갔다면 공개중점관리기업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2015년 정한 주주활동지침을 바탕으로 2년 연속 저배당 기업을 비공개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시키고, 그 다음 주총에서도 개선되지 않으면 수탁자책임위원회가 공개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해 배당확대를 위한 주주활동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