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실적 개선에도 사회 환원에는 인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영향이긴 하지만 정지선 회장 등이 수령한 배당금이 크게 늘어 오너 일가의 곳간 채우기에만 열중했단 얘기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평창동계올림픽 이벤트 때문에 2017년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그룹 7개 상장사는 지난해 사회공헌활동 등에 112억원을 기부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현대홈쇼핑이 가장 많은 41억원을 기부했고, 현대백화점 37억원,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에이치씨엔이 각각 10억원, 한섬 9억원, 현대리바트 4억원, 에버다임이 3500만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이들 회사의 작년 기부금 규모는 2017년 172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60억원 가량 줄어든 금액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평창동계올림픽 이슈로 2017년 기부금 규모가 일시적으로 증가해 작년 줄어든 것처럼 보일뿐 이를 제외하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조금 늘어났다”며 “일회성 이슈가 있었던 연도를 제외하면 매년 기부금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순이익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본 결과 2017년만 2.8%로 유난스레 높았던 반면, 나머지 연도는 1.5% 안팎을 유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대홈쇼핑, 한섬 등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회사들까지 기부금을 줄일 필요가 있었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홈쇼핑의 순이익은 지난해 1666억원으로 2017년 대비 36% 늘어났고, 한섬(744억원)과 현대그린푸드(550억원)도 각각 38.1%, 40.4%씩 증가했다. 이외 현대리바트도 389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여 5.2% 증가했다. ‘맏형’인 현대백화점의 순이익이 2874억원으로 같은 기간 4.9% 줄었음에도 그룹의 총 순이익(6723억원)은 오히려 9.2%나 늘어난 배경이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 채널 부진 등으로 순이익이 급감한 롯데와 신세계그룹 대비 현대백화점그룹의 기부금 감소폭이 더 컸던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의 경우 작년 673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73.3%나 감소했음에도 기부금(694억원)은 9.9% 줄이는데 그쳤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의 순익 증가에도 기부금 감소폭이 34.9%에 달했다.

일각에선 현대백화점그룹 오너 일가가 수령한 배당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 만큼 평창동계올림픽 기저효과로 기부금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란 이야기는 핑계에 불과하단 입장이다. 정지선 회장 등 오너 일가가 2018 회계연도에 수령한 배당금이 119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45.9%나 증가한 데다 순이익에서 이들이 받아간 배당금 비중 역시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만 봐도 2017년까진 정 회장 등이 받은 배당금이 순이익에서 차지하던 비중이 평균 1.1%에 달했던 반면, 작년엔 1.8%로 치솟았다.

시장 관계자는 “평창동계올림픽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특별이벤트가 있었던 만큼 오너 일가가 받아간 배당금과 기부금을 한 프레임으로 엮어 보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순이익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오너 일가가 받아간 배당금보다 높긴 하지만 기부금 비중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배당금 비중은 상승추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기부금 비중은 2014년 1.6%, 2015년 1.4%, 2016년 1.7%, 2017년 2.8%, 2018년 1.7%였고, 오너 일가가 수령한 배당금 비중은 이 기간 1% → 1.1% → 1.1% → 1.3% → 1.8%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