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넷뉴스 이호정 기자] 신세계그룹에서는 이마트만 계열사 2곳과 관계회사 1곳으로부터 상표권 사용 수수료를 수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회사들은 경영제휴계약 혹은 별도계약을 맺지 않은 까닭에 관련 수수료를 일체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계열사인 편의점 이마트24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인 이마트에브리데이, 관계회사 신세계티비홈쇼핑으로부터 상표권 사용 대가로 32억9100만원여를 수취했다. 2017년 이들 회사로부터 받았던 19억2600만원여 대비 70.9%나 증가한 금액이다.

회사별로는 이마트24에서 지급받은 상표권 수수료가 15억2800만원으로 같은 기간 576.1%나 급증했고, 이마트에브리데이가 17억6300만원으로 3.7% 늘어났다. 신세계티비쇼핑은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이마트에 지급한 상표권 수수료가 50만원을 밑돌았다.

이마트의 수취 상표권 수수료가 1년 새 14억원여나 증가한 것은 이마트24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매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소비불황을 타계하고 온라인 쇼핑몰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전개했다. 그 결과 이마트24의 매출액은 1조379억원으로 전년 대비 51.7% 늘었고, 이마트에브리데이는 1조1750억원으로 3.7% 증가했다.

이마트가 두 회사로부터 순매출액의 0.15%를 상표권 수수료로 수취 중인 걸 고려하면 매출 증가로 해당 수수료도 자연스레 늘었던 것이다. 다만 이마트24와 이마트에브리데이 모두 유동성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달리 두 회사에서만 상표권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는 건 과도한 조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24의 경우 상품 매입비용 및 인건비 상승 등 원가 증가폭이 매출보다 더 가팔랐던 까닭에 작년에도 3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자본금 110억원 추가로 납입했고, 매입채무를 198억원 늘리는 동시에 자사주 등을 활용해 외부서도 301억원을 조달했다.

그럼에도 단기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작년 기준 58.2%에 불과하고,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200.3%에 달했다. 통상 유동비율은 100% 이상일 때, 부채비율은 150% 미만일 때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를 고려할 때 이마트24 입장에선 상표권 수수료 자체가 부담스런 상황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마트에브리데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회사는 2017년 대비 145.2% 증가한 5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긴 했지만 총차입금(1420억원) 대비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194억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에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외상으로 판매한 매출과 재고자산은 줄이는 대신 외상으로 사온 원재료 등은 늘리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의 지난해 매입채무는 94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9% 증가한 반면 매출채권(164억원)과 재고자산(389억원)은 각각 16.5%, 2.4%씩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24와 이마트에브리데이를 제외한 신세계그룹 내 계열사들은 상품권 수수료를 지급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상표권 수수료가 상호계약에 의한 것이라지만 나머지 회사들이 경영제휴 등을 이유로 면제해줬고, 이마트24 등이 시장에 아직은 연착륙하지 못한 상태인 걸 감안하면 과도해 보이긴 한다”며 “이마트의 수익 악화를 보완하기 위해 이마트24 등에서 상표권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893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 감소했고,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8655억원으로 같은 기간 13%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