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최악인데…채권단, 진흥기업 급매하는 이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 만료 1년 앞둬…치적 쌓기용 지적<br>


채권단이 효성그룹 매각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진흥기업 지분 매각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채권단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우리은행의 손태승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실적 쌓기를 위해 진흥기업 지분 매각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진흥기업 채권단 지분 44% 중 절반이 넘는 25%를 보유해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 채권단은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를 통해 다음달까지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하고 연내 매각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우리은행진흥기업 매각을 서두르는 것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최대주주인 효성중공업이 매각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아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데다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헐값 매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진흥기업의 최대주주는 효성중공업으로 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와의 격차가 4%포인트에 불과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차이가 있다. 이는 진흥기업을 팔 수 있는 대상이 재무적투자자(FI)로 국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적투자자(SI)가 제시하는 가격대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도 좋지 않다. M&A 시장에서는 현재보다 미래 성장성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KERI 경제동향과 전망 : 2019년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건설경기는 건축과 토목부문 모두 부진해 지난해보다 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건축부문은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시장 규제가 지속되면서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흥기업은 매출총이익 중 민간건축부문 비중이 90% 이상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채권단이 매각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겸직 중인 손 행장이 연임에 성공하기 위한 발판으로 진흥기업 매각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의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내년 3월, 우리은행장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다. 연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금융지주 전환을 뛰어넘는 괄목할만한 성과가 필요한 시기다. 올 상반기 예정했던 우리카드와 우리종금 자회사 편입 계획도 주가가 부진해 하반기로 미뤄졌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올 들어 4차례 우리금융지주 자사주를 사들이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지난해 우리은행 주가는 실적호조에 힘입어 1만60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올 2월 우리금융지주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재상장한 다음부터 1만3000~1만4000원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11일 기준 1만3900원으로 우리은행이 변경 재상장하기 전(2월13일 1만5600원)과 비교하면 11%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주가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손 회장이 임기 내 우리금융지주 재무구조 개선과 비은행부문 인수합병(M&A) 실적을 쌓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실자산을 털어내 수년간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현금유동성을 높이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7년째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올해 워크아웃을 졸업한 진흥기업이 꼽힌다. 진흥기업을 매각한 자금으로 유동성을 높이고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부문 M&A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에 채권단이 보유한 진흥기업 지분을 연내 매각해달라고 전달한 상태”라며 “채권단의 진흥기업 매각은 손 행장 의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팍스넷뉴스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