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두집 살림 종지부…최태원 품으로
IPO 무산이후 플랜B 가동

SK건설이 10년 이상 지속해온 애매모호한 지배구조를 정리하고 최태원 회장 품으로 들어간다. 소유는 최 회장의 SK㈜, 경영은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칼)가 맡는 기형적인 두 집 살림이 종언을 고했다. 


◆2009년 최대주주 SK디스커버리→SK㈜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이 1998년 8월 타계한 후, 아들 최태원 회장은 총수 자리에 올랐다. 당시 최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등재한 주요 계열사 중 한 곳이 SK건설이었다. 최 선대 회장의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최씨 일가 중 유일하게 지분도 7.4%를 보유했다. 


2000년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최 회장은 보유 지분을 모두 SK디스커버리에 넘겨주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땠다. SK건설이 2004년 12월 SK임업을 흡수합병하면서 최 회장도 SK건설 지분 1.83%를 보유한 주주로 다시 등장했지만 4년도 채 되지 않아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2000년 이후 SK건설의 주요 주주를 살펴봐도 최창원 부회장의 지배구조가 확고했다. 최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SK디스커버리의 지분율이 39~40%로 최대주주였다. 2대 주주인 SK해운과의 지분율 격차는 약 10%포인트다. 




2006년에는 SK해운이 보유지분(30.94%)을 모두 매각했고 SK디스커버리가 이중 18.6%를 사들여 지분율을 58%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최 부회장도 9.61%의 지분을 확보, 이들의 지분율 합이 67%를 넘었다.


SK건설 지배구조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2009년7월이다. 신사업 진출이 절실했던 SK디스커버리는 투자재원 조달을 위해 애지중지하던 SK건설 지분 40%를 SK㈜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4140억원에 달했다. 


특이한 점은 SK건설의 주인이 사실상 최 회장으로 바뀐 이후에도, 경영은 최 부회장이 전담했다는 점이다. 최 부회장도 SK건설을 순순히 넘겨줄 맘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SK디스커버리는 2011년 HSBC사모펀드로부터 지분 7.4%를 사들여 지분율을 25.4%로 늘렸다. 최 부회장 지분율과 합치면 35%가 넘는다. SK㈜와의 지분율 격차가 5%포인트에 불과했다.


◆SK건설 경영난, 최창원 부회장 퇴진


최 부회장이 SK건설에서 손을 뗀 이유는 형제간 경영분쟁이 아니었다. SK건설이 중동시장에서 무리한 저가수주로 2013년 상반기 3000억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최 부회장은 SK건설 부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했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보유 지분 4.5%도 SK건설에 무상증여했다. 3년 뒤, 최 부회장은 잔여 지분 4.5%를 모두 매각해 주주명부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최 부회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SK건설 지배구조는 큰 변화가 없었다. SK㈜가 2013년 이후 지분율 44.5%로 최대주주 지위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은 2대 주주인 SK디스커버리(28.2%)가 맡아왔다. 그동안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해온 대표들도 SK디스커버리와 SK가스 출신들이 많았다.


지난해 최 부회장의 주도로 SK디스커버리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SK건설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를 제외한 다른 계열회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SK건설을 지배할 여력이 없었던 SK디스커버리는 결국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 


SK건설을 상장(IPO) 시키는 과정에서 SK디스커버리가 보유 지분을 구주매출하는 방안이 유력했지만 지난해 7월 갑작스럽게 라오스 수력발전댐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IPO는 무기한 연기됐다.


플랜A가 무산되면서 SK디스커버리는 플랜B를 가동했다. SK건설 지분 28.25%를 기관투자자(FI)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향후 투자자가 SK건설 지분을 처분할 경우, 매각액이 최초 매수액보다 높으면 SK디스커버리가 차액을 돌려받고 낮으면 SK디스커버리가 투자자에게 차액을 보전하게 된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11월 한국시리즈가 벌어진 잠실야구장에서 SK건설의 지배구조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SK그룹 총수 일가가 모인 자리에서 최 회장은 그동안 경영에 협조해준 형제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화합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후 자신이 보유한 SK㈜ 주식 329만주(18.44%)를 최재원 회장 등 17명에게 무상증여했다. 


재계 관계자는 “SK건설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지 않고 해피엔딩을 맞이한 점은 의미가 크다”며 “최 회장이 지나친 욕심을 자제하고 형제들과 화합한 덕분”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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