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위기 몇 달 버틸 수 있을까
최근 1년 평균 재고자산, 삼성 2.6개월-SK 3.2개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의 핵심소재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일본이 한국 수출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이 이번 위기를 얼마 동안 방어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출 규제가 시행된 지난 4일 이후 현재까지 일본에서 한국으로 반출 승인된 규제 대상 소재는 단 한 건도 없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도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최고 경영진들에 각각의 시나리오별로 대응할 수 있는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 마련을 주문한 상태다.


◆ 원재료 비중 31%, 20% 불과…공장가동 중단 가능성↑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이번 사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기업들의 경우 약 2~3개월가량 버틸 수 있는 수준의 물량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월 말 현재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31조4560억원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가 32조746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2.9개월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1년 새 매분기마다 2.4~2.9개월치씩의 재고자산 규모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3분기로 접어든 현재 역시 월 평균 2.6개월치 가량의 안전재고를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1분기 재고자산 가운데 원재료 및 저장품(미착품 포함) 규모가 전체의 31.1%(9조7929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공장 가동 중단 시점은 이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반제품 및 재공품 규모는 42.5%, 완제품(상품 및 제품) 규모는 26.4%다. 물론 이는 반도체(CE)부문을 포함한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를 포괄하는 평균 수치로, CE부문의 절대적 전망치로 해석하긴 어렵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삼성전자보다 여유로운 모습이다. 3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5조1175억원 규모로, 3.8개월가량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재고자산 규모를 봐도 삼성전자보다 8개월가량 긴 연평균 3.2개월치씩 재고를 내부에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소재에 해당하는 저장 및 미착품 등의 보유 규모는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보유중인 소재(원재료, 저장품, 미착품) 규모는 전체 재고자산의 19.9%다. 재공품 비중이 재고자산 중 가장 높은 43.4%, 완제품이 36.7%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업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원재료 부족에 따른 생산라인 가동 중단이다. 반도체 공장은 공정 특성상 한 번 가동을 멈추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작년 3월 평택에서 발생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30분 정전 사고로, 이 회사는 5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 순간적으로 전력이 끊겨도 클린룸의 청정 진공상태가 무너지는데다가, 증착 공정인 제품들의 경우엔 그대로 굳어 못쓰게 된다. 


원재료 확보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고, SK하이닉스 최고경영진들 역시 다양한 노선을 통해 물밑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둔 행보다. 


◆ "적체된 재고 털자" 한일 무역분쟁 호재 분석도


업계의 우려와 달리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높은 일본 의존도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재고 감소와 이에 따른 가격 반등, 소재 국산화율 추진 등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몇년새 점진 하향화하고 있는 추세다.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년 말 기준 5.2회였던 삼성전자의 재고자산회전율은 작년 말 4.6회(분기평균 1.2회)로 떨어졌고, 올 1분기 기준으로는 1.0회로 내려앉았다. SK하이닉스 또한 2017년 말 4.8회에서 지난해 3.3회(분기평균 0.9회), 올 1분기 0.8회로 떨어졌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규제로 일부 생산차질이 있다 하더라도 장기화 가능성은 미미하다"면서 "수출허가에 최장 90일이 소요될 순 있지만, 공급망 다변화로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또 최근 현지 언론이 군사용이 아닐 경우 규제 완화도 언급했다. 3분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인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업황 회복세가 완연하다"고 내다봤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한일 무역분쟁이 3개월 이상 범위로 장기화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을 깔면 이번 사태가 오히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저점을 통과하는 매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2개월간은 신규 생산을 중단하고 기존 재고만 출하해도 시장 수요에 대응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낸드플래시 가격이 점차 회복되고 있는 시점에서 경쟁사인 일본 도시바의 정전사고, 일본 소재 수출 제재 이슈가 불거지면서 낸드 가격 반등 시기가 더 앞당겨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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