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억 CB, 회사도 못쓰는 돈” 에스크로 예치
㊦에스크로 묶인 CB자금, 무용성 판정으로 무수익자산..표면 이자부담만 남겨


신라젠이 지난 3월 발행한 1100억원 전환사채(CB) 자금이 '사실상' 에스크로 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자금이 신라젠 회계장부상에만 잡혀 있음에도 사측이 이를 인출하기 위해서는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스크로는 중개인 역할을 맡은 법무법인이 지정한 계좌에 자금을 입금한 후 사전 협의조건이 완료될 경우, 투자자 동의를 얻어 발행사에 해당 자금이 실질적으로 지급되는 구조다. 즉, 구매자와 판매자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한 경우 원할한 거래를 위해 제3자가 중매자로 나서는 매매보호서비스의 일환이다.


14일 복수의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 3월 CB 발행으로 조달한 1100억원을 발행 5개월동안 임의로 인출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CB 발행금액이 사실상 에스크로인 상태로 계좌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펙사벡 간암 임상 3상 무용성 평가가 '임상 중단 권고'로 나오면서 그야말로 이 돈은 ‘갈 곳을 잃은 돈’이 돼 버렸다.


당초 신라젠은 펙사벡 간암 임상3상 무용성평가 이후에 들어갈 추가 임상 비용을 마련할 용도로 CB 발행을 진행했다. 임상을 중단하면서 자금의 사용처가 사라졌다.


키움증권 등 채권자들은 임상중단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에 해당한다며 채권의 조기 상환 청구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첨부한 EOD 조항의 일부 표현이 모호해 만기 전 조기상환을 당장 집행할 수도 없는 처지다. 키움증권이 CB 발행을 주관하는 과정에서 충족 요건을 두루뭉술하게 언급해 놓은 탓에 임상 중단으로 인해 기한이익상실을 주장하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총1100억원에 달하는 CB발행 대금은 현재 신라젠 계좌에 예치돼 있다. 하지만 투자자간 사전 협의를 통해 사용제한이 걸려있는 무수익자산으로 간주된다. 신라젠 입장에서는 해당 자금을 인출해 쓸 수도 없으면서도 CB발행에 따른 이자만 꼬박꼬박 내야 하는 부담만 안고 있는 상황이란 뜻이다.


이번 딜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신라젠과 투자자들 합의로 CB 발행자금 1100억원을 에스크로로 예치했다"면서 "신라젠의 간암 임상 3상 무용성 평가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고, 후속 임상에 착수했을 때만 (회사가) 이 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전환사채 납입자금이 법무법인 계좌의 에스크로가 아닌 신라젠 지정 계좌로 입금돼 있다"고 말했다. 부실하게 계약서를 작성한 키움증권에 불똥이 번 질 수 있음을 미리부터 의식한 해명이다.


IB업계 전문가는 “신라젠과 CB투자자들이 합의한 '출금 제한' 조항 역시 에스크로의 한 가지 방식”이라며 "발행사 계좌에 납입된 자금이라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기 전까지 또는 채권자 동의 없이 해당 자금을 임의로 인출해 사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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