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그간 지지부진했던 한라그룹의 제주시 묘산봉 관광단지 개발사업이 다시 한 번 추진력을 얻게 됐다. 고급 레저시설 전문기업 아난티를 부지 내 세인트포CC의 새로운 출자자로 유치한 것이다.
한라그룹은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대출 상환 및 개발사업 추진에 활용한다. 오는 8월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1~2년 내 부지 조성공사를 마치고 개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11일 묘산봉 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한라그룹의 계열사 제이제이한라는 세인트포CC와 콘도 부지, 추가로 들어설 콘도와 호텔 부지를 신설법인 '아난티한라'와 '아난티제이제이'에 처분했다. 두 회사가 제이제이한라에 지불한 금액은 총 1850억원이다.
두 신설법인의 지분은 아난티가 80%, 제이제이한라가 나머지 20%를 나눠가진다. 아난티한라는 세인트포CC와 세인트포콘도 부지 등을 1200억원에 인수했다. 아난티제이제이는 묘산봉 관광단지 내 추가로 들어설 호텔과 콘도 부지를 650억원에 사들였다. 제이제이한라는 시설을 처분한 대가로 확보한 자금을 대출금 상환과 사업비로 활용할 계획이다.
레저시설 운영 노하우가 풍부한 아난티는 세인트포CC와 인근 시설을 회사 고유의 스타일로 개편·운영하기 위해 신설법인의 지분 과반 이상을 확보했다. 제이제이한라는 나머지 지분을 유지하면서 묘산봉 개발사업을 위한 부지 조성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세인트포CC는 130만평 규모의 대중제 27홀, 회원제 9홀 골프장이다. 묘산봉관광단지에 가장 먼저 들어선 관광시설 중 하나로 2016년 제이제이한라가 묘산봉 관광단지 개발사업 부지를 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한라그룹의 운영 아래 놓이게 됐다.
세인트포CC 처분 결정은 인근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세인트포CC 처분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한라그룹이 도유지를 싼 값에 매입한 뒤 외부 업체에 비싸게 받고 팔아치운 '먹튀'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한라그룹은 주민설명회와 임시마을총회 등에서 이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고 3분의 2 이상의 주민 동의를 얻어 '묘산봉 관광단지 개발사업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묘산봉 관광단지 개발사업은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578번지 일원 466만1178㎡ 규모의 부지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당시 라인건설이 1조9915억원을 투입해 도내 최대 관광개발사업으로 손꼽혔지만 두 번에 걸쳐 사업 시행자가 바뀌었고 2016년 한라그룹이 사업권을 얻어온 뒤 제이제이한라가 조성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전체 사업부지 중 405만8005㎡는 옛 북제주군이 직전 사업자 에니스에 356억원을 받고 넘긴 공유지다. 해당 부지는 에니스가가 세인트포CC를 준공한 뒤 부도가 나면서 도유지로 귀속됐고 이를 다시 한라그룹이 300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홀딩스 관계자는 "공시한 내용을 주민들이 접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며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으니 해당 사업의 원만한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제이한라는 이번 골프장 처분 결정에 따라 묘산봉 관광단지 개발사업 관리운영계획 변경 신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변경안을 제출하면 오는 8월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에서 변경안을 심의하게 된다. 개발사업심의위는 분리 매각에 대한 확약서 위반 여부와 부지 매각 대금에 대한 재투자 여부, 사업방식의 적격성 등을 심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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