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이상웅 세방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 이원섭 ㈜세방 상무 간의 승계작업은 '경영'과 '지분'으로 나뉘어 시간차로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상무가 지난해 입사 이래 초고속 승진을 거듭, 그룹 주력사를 이끌게 됐지만 승계자금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이다.
◆입사 2년차에 주력 3사 이사회 멤버 꿰차
세방그룹 오너 3세인 이원섭 상무는 2018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정KPMG 딜 본부(Deal Advisory)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세방그룹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해로 입사 직후부터 후계자로서의 행보를 이어가 재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작년 11월 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단숨에 ㈜세방, 세방전지, 세방리튬배터리 등 그룹 주력 3사의 임원(상무)에 오른 데 더해 올해는 이들 회사의 이사회 멤버로도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재계는 세방그룹이 오너 3세로의 경영승계에 고삐를 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상무의 나이가 올해 32세로 어린 데다 세방그룹에서 쌓은 경력이 1년에 불과한 데도 그룹의 요직에 그를 전진배치 시켰단 이유에서다. 특히 이 상무는 계열 3사에서 해외사업·투자 담당임원이란 직책을 맡아 물류와 배터리에 국한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중책을 맡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세방그룹 관계자는 "(이 상무가) 삼정KPMG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았다고 판단, 올 3월 정기주주총회 안건에 그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며 "그룹의 해외사업 담당임원에 걸맞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친 소유 ㈜세방 주식 취득해야 하는데…주가 1년새 380%↑
이 상무가 직접 세방 주력회사들을 이끌게 된 만큼 재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오너 2, 3세간 승계작업이 언제 벌어질 지에 향하고 있다.
현재 세방그룹의 지배구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 ▲이상웅 회장→㈜세방→세방전지→세방리튬배터리 등 계열사 ▲이상웅 회장→이앤에스글로벌→㈜세방→세방전지→세방리튬배터리 등이다. 이원섭 상무가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이 회장이 보유한 ㈜세방 주식(17.99%)을 증여받거나 취득한 뒤 여러 옵션을 활용해야 한다. 이앤에스글로벌이 쥐고 있는 ㈜세방 주식(18.53%)을 직접 취득하거나 부친 소유의 이앤에스글로벌 주식(80%)를 넘겨받는 식이다.
다만 지분승계 시점은 경영 행보보다는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상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자금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실제 ㈜세방 주가는 최근 1년 간 9000원까지 떨어졌지만 27일에는 4만3100원으로 저점 대비 378.9% 급등했고 이 회장의 보유주식가치도 동 기간 313억원에서 1497억원으로 1184억원이 뛰었다. 이 상무 입장에선 저점 기준 187억원 수준이었던 증여세 예상 납부액(세율 50% 고려 시)이 748억원이 된 셈이다.
이원섭 상무는 이앤에스글로벌과의 지분 정리에도 막대한 자금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이앤에스글로벌의 ㈜세방 보유지분가치는 1542억원에 달하는 터라 이를 직접 취득하기엔 부담이 큰 상황이다. 그나마 부친이 들고 있는 이앤에스글로벌 지분을 증여받을 경우 비용이 다소 절감되지만 금액 자체는 적잖은 편이다. 이앤에스글로벌이 마지막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19년을 기준으로 이 회사의 순자산은 1239억원이며 이상웅 회장 보유가치지분은 9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원섭 상무가 이를 증여받을 시 납부할 예상 증여세는 490억원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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