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삼성전자 DS부문이 대규모 적자에도 전년수준의 투자 규모를 유지한다. 반도체 사이클이 살아났을 때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전략으로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27일 오전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올해 1분기 DS부문이 4조58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9~12월) DS부문 영업이익은 2700억원이었다.

올해 들어 메모리반도체 핵심 제품인 D램 가격까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 규모는 확대됐다. 평균판매단가(ASP)는 D램과 낸드 각각 10% 중반, 10% 후반 정도 떨어졌다. 거시경제(매크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부가, 고용량 메모리 채용이 높은 서버 고객 중심으로 투자 집행을 줄인 영향이 컸다.

그나마 연초 출시한 갤럭시 S23 시리즈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계절적 비수기를 맞아 판매 대수는 줄었지만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 S23 울트라 제품을 중심으로 이익이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전사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85.2% 줄어든 64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미래 시장 확대 차원에서 자본적 투자(CAPEX)는 축소 없이 전년 수준의 규모를 유지한다. 이달 초 잠정실적을 발표할 때 '감산'을 언급하면서도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을 중심으로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IR에서 단기적 시황이 아닌 미래 경쟁력 강화를 사업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는 대규모 팹(공장)이 완성된 뒤 제품을 양산하기까지도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선단공정 개발 난이도까지 급격하게 오른 만큼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프라 투자를 미리 집행해야 한다고 본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황이 살아났을 때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리드타임이 긴 인프라 투자를 미리 집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평택 3~4기에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는 한편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R&D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어 "다만 단기적으로 조절 가능한 설비투자는 업황을 살펴 탄력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반도체에 9조8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전체 시설투자의 90%가 넘는 규모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는 평택 3기(P3), 4기(P4)에 투자해 공급역량을 확보하는 한편 연구개발(R&D), 후공정 분야 투자도 계속됐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비용도 집행됐다. 

한편, 2분기에도 반도체 수요 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메모리는 신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발맞춰 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대응한다. D램은 DDR5, 모바일용 하이엔드 LPDDR5X로 선단 공정전환을 앞당긴다. 낸드는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쿼드러플레벨셀(QLC) 등 고용량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는 GAA 공정 기반 3나노 1세대를 안정적인 수율로 생산하고 있다. 차세대 제품인 3나노 2세대는 오는 2024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을 필요로 하는 모바일, 고성능컴퓨팅(HPC) 고객 등 티어(Tier)1 업체를 중심으로 3나노 제품의 수주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