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수익성 가이던스를 줄상향한 가운데 업계는 글로벌 목표 판매대수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저수익 차종의 박리다매식 판매가 아닌 고수익 차종 중심의 전략을 펼치겠단 의미로 풀이돼서다.

현대차는 26일 서울 본사에서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실시하고, 올 2분기 매출이 42조24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조2379억원으로 42.2% 늘었으며, 영업이익 역시 3조3468억원으로 52.8%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8.3%에서 1.7%포인트 상승한 10%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연간 실적 목표치는 모두 높여 잡았다. 연결기준 매출 성장률은 종전 10.5~11.5%보다 3.5%포인트 높은 14~15%로 제시했다. 이에 올 목표 매출은 창사 최대치인 16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달성 시 증권가가 제시한 올 매출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을 4.5% 가량 상회할 전망이다.

나아가 영업이익률 역시 종전 6.5~7.5%에서 1.5%포인트 상승한 8~9%로 잡았다. 매출 목표치에 해당 수치를 대입하면 연간 영업이익만 1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컨콜에서 "연초 가이던스를 발표했을 때 경기둔화와 경쟁심화 등의 이유로 목표 달성 여부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으나, 지속적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제품·지역 믹스가 개선되는 등 우호적인 환경을 고려해 목표치를 상향했다"며 "글로벌 판매 목표는 기존의 432만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저수익 중심의 판매 전략을 가져가진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현대차가 가이던스 조정에도 판매대수를 늘리지 않은 배경엔 고수익 차종의 판매 확신이 깔린 결과로 보고 있다. 예컨대 판매량 확대 없이 매출과 영업이익률을 개선하기 위해선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SUV, 친환경차 등 마진이 많이 남는 고부가가치 차량을 팔아야 하는 까닭이다. 

실제 현대차의 올 2분기 실적이 좋아진 요인도 제네시스와 SUV,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증가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총 105만 9713대를 판매했는데, A세그먼트(소형)의 판매 비중은 줄어든 반면 C세그먼트(중형 이상) 이상은 확대됐다. 

특히 제네시스(5.4→5.9%)와 SUV(52.4→52.8%) 차급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친환경차 역시 작년 2분기 129만대에서 올 2분기 192만대로 50% 가까이 증가했으며, 특히 전기차(5.5→7.4%)와 하이브리드(6.1→9.1%) 모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에 올 하반기에도 중형 SUV인 싼타페와 아이오닉5N 등 전략 신차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 현대차의 수익성 강화는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 2분기부터 분기 배당을 실시하는데, 보통주당 1500원(총 3929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결 순이익 기준 25% 이상 배당으로 투명성을 높이고 배당 가시성을 확대하겠다"며 "3·4분기에도 이익실현 정도와 배당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