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울산 울주군 일원에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의 자금 조달 방식이 변경됐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최근 해당 유동화증권 발행을 멈추고 주관사였던 메리츠증권이 직접 대출하는 식으로 자금을 수혈한다는 계획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디울산제일차라는 SPC가 발행한 전자단기사채(ABSTB)의 제7회차 발행이 중단됐다. 해당 SPC는 차주인 울산알프스제일차, 울산알프스제이차와 476억원 한도의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해당 약정에 따라 지난해 3월8일 제1회 ABSTB를 발행해 136억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제이디울산제일차가 발행한 ABSTB는 3개월마다 만기가 돌아오는 구조다. 매리츠증권이 사모사채 매입확약을 제공해 신용등급은 'A1'을 부여받았다. SPC는 총 11회차로 발행할 예정이었으며 만기일은 2024년 12월8일이다. 이번에 발행을 중단한 7회차는 지난 8일 발행이 예정돼 있었다.

ABSTB 발행을 중단함에 따라 주관회사였던 메리츠증권은 사업장에 직접 대출을 실시해 자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대출 규모와 조건은 이전과 동일하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울산 사업장에 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최근 차환 발행을 중단했다"며 "유동화증권 발행이 신용공여 형태였다면 앞으로는 직접 대출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규모나 조건 등은 변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이디울산제일차가 유동화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사업장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일대 공동주택 및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지하 3층~지상 23층 6개 동, 공동주택 608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건축하는 사업으로 시행사는 디딤개발, 시공사는 DL건설이다.

금융사가 사업장에 직접 대출할 경우 프로젝트의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유동화증권의 경우 만기구조가 짧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수 있지만, 직접 대출의 경우 사업이 끝날 때까진 자금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리스크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시장이 괜찮다면 유동화증권을 통해 몇 개월 단위로 자금을 조달해도 문제가 없지만, 갑자기 시장이 경색될 경우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된다"며 "지난해 하반기가 유동화증권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금융당국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장기 대출로 바꾸라고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단지의 분양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 단지는 'e편한세상 서울산 파크그란데'라는 단지명으로 지난해 7월 분양을 진행했다. 당시 593가구 가운데 93가구만 청약하면서 무려 500가구가 미분양됐다.

사업 시행사인 디딤개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e편한세상 서울산 파크그란데의 누적 분양수익은 16억원이다. 분양예정액이 219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분양수익이 거의 없는 수준이지만, 16억원 모두 분양미수금으로 잡혀 있다.

e편한세상 서울산 파크그란데의 준공예정일은 2024년 9월30일이다. 준공기한이 1년가량 남았지만 초기분양률 자체가 높지 않아 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e편한세상 서울산 파크그란데의 최근 분양률은 초기분양률보단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미분양 상태"라며 "준공할 때까지 분양률이 오르지 않을 경우 사업을 진행한 시행사는 온전한 수익을 올리지 못할 것이며 대출을 집행한 금융사는 자금 회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