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현대건설은 딜사이트와의 통화에서 "10일 금요일 오후 5시 전후에 현장으로 공사 재개 공문이 왔다"며 "기존에 있던 장비들 중에서 렌탈을 진행했던 장비를 몇 개 빼며 철수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재개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타워크레인 등의 중장비는 빼지 않은 상태여서 기존 렌탈 장비만 다시 렌탈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건설 측은 지난 6일 SK온에서 공사 중지 공문을 받고 현장에 있는 장비들을 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공문에 적힌 공사 중단 사유는 '내부 경영 사정'이었다. 공사 중단 통보를 받은 이후 현대건설은 공사와 관련돼 있는 건설사와 협력사들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태 수습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었다.

당시 SK온 측은 공사 재개를 위해서는 이사회의 추가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SK온 관계자는 "1차 공사비 소진으로 월요일 공사가 중단된 게 맞다"며 "요즘 공사비용 등이 많이 올라서 처음에 이사회에서 승인받은 금액이 초과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에서 다음 예산에 대해 추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절차적인 상황 때문에 잠시 중단된 것"이라고 전했다.

SK온 관계자는 "서산 3공장 관련 공사 비용은 단계별 이사회 의결이 필요해 다음 단계까지 일시적으로 공사를 중단했다"며 "10일 열린 이사회 의결에 따라 11일부터 공사를 재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조단위 공사를 진행하면서 예산 문제를 이유로 공사를 중단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짚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이 10개가 넘는 굉장히 큰 공사 현장"이라며 "발주처(SK온)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공사중단을 선언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K온은 최근 필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시장 등에서 다방면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포드와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에 투입할 자금마련을 위해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2000억원 발행에 그쳤다.

회사는 지난달 24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23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800억원 모집에 650억원의 자금만 모이는 등 일부 미달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SK온은 최종적으로 2년물 650억원, 3년물 1350억원을 발행하게 됐다.

SK온은 기업어음(CP) 시장에서도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지난 9월 19일부터 CP시장에서 총 2200억원을 조달했다. 이중 이달에만 14회에 걸쳐 700억원을 빌렸다. 50억~100억원씩 나눠서 쪼개기 발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SK온은 상장 전 자금유치(pre-IPO), 유로본드, 현대·기아차 차입 등으로 10조77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 1일에는 NH농협은행과 '배터리 산업분야 육성을 위한 금융협력 업무협약(MOU)'을 통해 3년간 최대 1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받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SK온이 최근 1년 새 10조원을 넘게 조달했지만 사용처가 이미 정해져 있어서 다방면으로 자금 조달 방안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예측이 부진해 회사채만으로 충분한 금액을 발행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