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조양호, 대한항공 대표직 내놓을까
[위기의 한진그룹] 적극적 주주권 고민하는 국민연금 퇴로 열어줘

한진그룹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를 앞두고 조양호 회장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실적인 한계 탓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직 연임을 포기하지 않겠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한진그룹도 국민연금과의 극한 대립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 주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달 1일 오전 8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당연직 위원 5인, 사용자와 근로자 지역가입자대표, 관계전문가로 구성한 위촉위원 14인 등 총 20명이다. 이날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도 7.34%를 확보해 KCGI에 이어 3대 주주에 자리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국민연금이 이번에 최초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쏠린다. 국민연금은 과거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 재선임에 대해 ‘과도한 연임’이라며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소극적 주주권 행사다. 이번에도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 재선임을 반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차원이 다르다. 이사해임과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경영참여에 해당한다. 조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 대한 이사해임 제안, 이들에 대한 임원 자격을 제한하는 정권변경 제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횡령·배임과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손실을 본 만큼, 국민연금이 주주대표 소송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온다. 주주 대표소송은 국민연금 투자대상 기업에 재직했거나 재직 중인 이사를 비롯해 감사, 업무집행 관여자 등이 책임을 다하지 않아 기업의 주주 가치가 훼손될 경우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국민연금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주문하는 분위기다. 조양호 일가의 ‘땅콩 회항’, ‘물컵 갑질’, ‘횡령·배임’ 탓에 국민여론은 한진그룹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요청한 것도 변수다.


◆KCGI 도전에 직면한 한진그룹, 국민연금과 관계 개선 가능성


반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국민연금 내부에 관련 경험과 인력이 전혀 없는데다가 사외이사 추천 인력 풀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외이사 추천 등 주주제안의 기한이 다음달 8일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시간도 부족하다.


대한한공과 한진칼 지분의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꿀 경우 6개월 이내 발생한 매매차익 400억원 안팎을 반납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행보가 ‘반기업’ 행위로 읽혀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앞서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전문그룹인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도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수탁자책임위는 지난 23일 1차 회의와 29일 2차 회의에서 대한항공한진칼 경영참여에 반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 국민여론과 국민연금 내부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이사 재선임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하면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 카드를 접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이 국민연금의 요구를 추가로 받아들여 관계 개선에 성공할 경우에는 KCGI의 도전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손을 들어준다면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9일 대한항공·한진칼 경영진과 비공개면담을 실시했다. 이날 대한항공·한진칼은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설치, 내부통제 강화 등 경영투명성 및 소통 강화를 위한 조치를 설명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이날 면담사항을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 보고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기 주주총회까지 한달 이상 남은 만큼, 조 회장이 결단을 내릴 시간은 충분하다”며 “조 회장이 대한항공 대표직을 포기할 경우 양측이 극한 대립을 피하는 대신,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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