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격전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의 ‘진격’
③ 국내 최대 투자…풍부한 ‘정유머니’로 초강수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폭스바겐을 등에 업으면서 선발주자를 바짝 따라잡았다. 국내 정유화학 분야 1위 기업으로, 배터리 부문에서도 뒤처지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SK그룹의 에너지·화학 부문 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은 여러 자회사를 통해 석유개발(E&P), 정유, 석유화학, 윤활기유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1년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시험 가동을 시작으로 사업을 조금씩 확대했다. 배터리 사업은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직접 영위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분리막 사업부를 분할해 SK아이이소재를 신설하기로 최종 결정하는 등 배터리 관련 사업부를 확장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배터리 사업은 최근 들어 국내 배터리 업체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폭스바겐을 등에 업으면서 수주 물량이 크게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의 수주잔량은 2017년 65GWh에서 325GWh로 증가했고 올해는 이보다 100GWh 증가한 425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 물량의 급격한 증가는 글로벌 완성차의 ‘플랫폼’ 사업에 주목한 결과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부터 진행되는 폭스바겐의 플랫폼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플랫폼화란 차종별로 각각 다른 배터리가 적용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배터리 업체들은 한 플랫폼 사업 수주만 성공해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다.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쩐의 전쟁’ 참여를 선언한 것도 이 이유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마련해 완성차 업체들의 플랫폼 사업 계약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의 투자 규모는 LG화학보다 더 높은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시설을 마련키로 결정하고 최근 공장 설립을 위해 첫 삽을 떴다. 2021년까지 시운전, 제품 안정화 등의 과정을 거쳐 2022년 초부터 폭스바겐 물량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2022년 총 생산능력을 60GWh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2025년까지 2단계 개발을 마치고 조지아에 위치한 다른 완성차 업체와도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도 다른 배터리 업체와 같이 수익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2018년 배터리 사업(SK아이이소재 포함)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각각 6120억원, 427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4분기 매출액과 영업손실은 2220억원, 128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LG화학에 비해 아직 수익성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받기 위해 호주의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ustralian Mines)와 협력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로부터 13년 동안 연간 황산코발트 1만2000톤 및 황산니켈 6만톤을 공급 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원재료 공급의 안정성과 아동착취 문제에서 자유로운 ‘클린 코발트’를 확보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풍부한 자본력도 강점이다. 정유·화학 사업으로 곳간에 쌓아둔 현금도 두둑하다. SK이노베이션의 작년말 연결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조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은 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SK이노베이션LG화학은 같은 전략을 취했다”며 “생산능력부터 확보해놓고 글로벌 시장을 잡느냐, 마느냐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큰 돈을 쏟아붓고 있는 만큼 중국의 반값 배터리와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자체 개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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