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격전
안정적 노선 선택한 ‘삼성SDI’
소극적인 설비 투자…수익성 중심 운영


글로벌 2차전지 업체들이 대규모 증설을 감행하고 있는 반면 삼성SDI는 소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 중심의 운영으로 안정적인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화두는 대량 생산이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의 배터리로 여러 차종을 제조할 수 있는 대량 생산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전기차 비중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 업계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300GWh로 2018년 대비 3배 증가할 전망이다. 2025년 시장규모는 2020년 예상수치 대비 4배 증가한 1243GWh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확대 흐름에 발맞춰 배터리 업체들도 증설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인 LG화학SK이노베이션은 3~4조원에 달하는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작년 말 기준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생산능력(캐파)은 각각 35GWh, 5GWh으로 추정된다. 여기서 LG화학은 2020년 말까지 100~110GWh,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55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삼성SDI가 발표한 증설 계획은 1조원에 못 미친다. 2020년 목표 캐파 역시 35GWh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공장 증설을 위해 5600억원,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팩 공장 증설을 위해 670억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적으로 중국 시안 배터리 2공장 건설을 위해 1조원을 사용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지만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사안이다.


삼성SDI의 소극적인 투자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량 플랫폼 수주에 성공하지 못하면 사실상 점유율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반값 배터리와 완성차 업체들의 자체 배터리 개발 등 다양한 위협요소가 존재하는 만큼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삼성SDI에게 대규모 투자가 부담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SDI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16년 9505억원에서 2017년 1조5360억원, 2018년 3조2537억원으로 점차 증가했다. 작년 말 현금성자산은 1조6118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2972억원이다. 3~4조원의 EBITDA를 창출하는 경쟁업체들과 비교하면 현금창출능력은 낮은 수준이다. 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지 않는 이상 현 상황에서 수조원의 대규모 투자는 부담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큰 돈을 배팅하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삼성SDI는 확신이 서면 투자하겠다는 안정적인 전략을 추구한다”며 “하지만 서로 다른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전략을 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점유율에서 당장 밀리더라도 기술력에서 밀리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다른 업체들이 당분간 지속될 막대한 적자를 감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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