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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칼럼]비트코인은 사기가 아니다
팍스넷뉴스
2019.04.04 08:53:00
한중섭 센터장, 사기 도박판? 해외+대기업은 확대…美中최대수혜

[팍스넷뉴스] 비트코인과 관련, 국내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방송 중 하나는 작년1월 JTBC가 주최한 토론회였다. 유시민 작가는 “비트코인은 현실적으로 사기”라고 발언하며 이를 바다이야기에 비유했고 특유의 언변으로 토론을 능수능란하게 주도했다. 토론회를 지켜본 많은 시청자들과 정부 관료들은 유시민 작가의 열변에 설득된 것처럼 보인다.

비트코인은 기술 신봉자들이 열광하는 혁신의 아이콘에서 야바위꾼들의 도박 수단으로 전락했다. 투기 수요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자 블록체인 육성방안에 암호화폐 제도화를 쏙 빼버린 정부의 정책은 명분을 얻었다. 미디어는 각종 사기 피해를 다루며 역기능을 부각했고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평판은 추락했다. 암호화폐 가격 폭락이 장기화되고 일부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화되자 암호화폐를 죽이려던 정부의 정책은 더욱 정당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비트코인은 사기가 아니다. 비트코인이 사기면 암호화폐를 제도화하고 있는 주요국과 암호화폐 관련 신규 사업을 진행 중인 대기업은 모조리 바보라는 말인가? 미국, 일본, 스위스, 싱가포르, 프랑스 등의 선진국들은 블록체인 패권국이 되기 위해 체계적으로 암호화폐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또한, 삼성, 피델리티, 페이스북, 스타벅스, 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 골드만삭스, JP 모건 등과 같은 대기업들도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JTBC토론회에서 유시민 작가는 비트코인 도박판의 승자는 채굴, 거래소, 그리고 투기 자본을 운용하는 주체라고 주장했다. 이는 분명 날카로운 분석이지만 절반의 해석에 그친다. 우리는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상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 도박판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국가, 그 중에서도 미국과 중국이다.


일찍이 중국은 비트코인 채굴 및 거래소 생태계를 장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블록체인 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은 다국적 기업들을 앞세워 비트코인 도박판의 규칙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 그것도 굉장히 사악할 정도로 영리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은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비트코인을 활용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고, 패권국이 표준을 정하면 세계는 그들이 강요한 규칙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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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누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이 탄생함으로써 블록체인이 인터넷의 뒤를 잇는 디지털 제국주의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이 ‘정보의 인터넷’이라면 블록체인은 ‘가치의 인터넷’이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덕분에 금융과 ICT 산업간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앞으로 금융 산업의 주도권은 전통 금융 기업에서 막대한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ICT기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핀테크가 아니라 테크핀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권이 견제해야 할 대상은 카카오, 토스 같은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아니라 암호화폐를 활용한 스타벅스, 애플,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글로벌 ICT기업들이다.


완전히 좋거나 완전히 나쁜 기술은 없다. 인터넷이 지식의 대중화에 기여한 것도, 가짜 뉴스와 선동에 활용되는 것도 모두 사실이다. 그 동안 블록체인 산업의 물을 흐리던 투기꾼 및 협잡꾼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인터넷 산업과 마찬가지로 태동기에 필연적으로 부각되는 역기능일 뿐이다. 최초의 전자상거래는 마약거래였고 포르노가 인터넷 대중화를 이끈 킬러앱이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혁신적인 기술은 거품이 걷히고 적절한 제도가 갖춰진 뒤,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과 망하는 기업들이 생기면서 옥석이 가려진 후에야 비로소 빛을 본다.


일반적으로 규제의 강도와 산업의 발전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가 역기능만을 고려해 암호화폐를 제도화 하지 않는다면 국내 금융 산업은 해외 ICT기업들에 의해 잠식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훗날 반드시 국민들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현재 인터넷 식민지는 미국과 중국 ICT기업들에 의해 데이터를 뺏기고 있는데, 미래 블록체인 식민지는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돈까지 뺏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때 가서 뒤늦게 ‘한국형 암호화폐 플랫폼’, ‘한국형 비트코인 은행’ 만든다고 해봐야 소용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한국형 구글’, ‘한국형 페이스북’, ‘한국형 넷플릭스’의 실패를 지켜봤다.


'세계화'와 '디지털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메가 트렌드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행동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암호화폐 규제는 정당한가?” 라는 논의를 하기에 앞서 “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라는 점을 숙고한 뒤 영민하게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블록체인으로 전 세계를 가치의 그물망으로 엮은 뒤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가? 정보의 흐름을 장악한 미국과 중국 ICT 기업들이 돈의 흐름까지 장악하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이 주제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감시자본주의와 디지털 식민지의 비극, 그리고 미국과 중국 ICT기업들이 남용하는 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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