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하도급 갑질 감시…“후퇴 없다”
김상조 위원장 재벌개혁 의지 재피력…비주력 계열사 지분 매각 압박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 좌측)이 23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기업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권 초기라고 가속하지 않았고, 지금처럼 경기가 어렵다고해서 후퇴할 생각도 없다. 기업들이 지배구조개혁에 자발적으로 나서 달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 의지를 이 같이 피력했다. 더욱이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하도급 갑질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살피겠단 입장을 밝혀 향후 칼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3일 자산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15곳 전문경영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혁은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작업인만큼 외부요인과 상관없이 일관된 속도와 의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일감 몰아주기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는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중소협력업체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권익을 부당하게 희생시키는 그릇된 관행”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일감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독립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다”면서 “경쟁의 부재는 대기업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혁신성장 유인이 상실, 세계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지배 주주 일가가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비주력·비상장 회사로 일감이 집중되는 경우에는 시장과 주주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인 근거를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특정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전략적 차원에서 대주주가 지분을 많이 보유해야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면서 “그렇다면 왜 지분을 갖고 있어야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설명이) 안되면 팔아야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하도급 분야에서의 공정거래 관행 정착도 강조했다. 중소 협력 업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무엇보다 혁신성장의 싹을 잘라 버리는 기술탈취 행위를 근절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련 부처들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포괄하는 입체적 해결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경제란 모든 경제주체에게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평평한 운동장을 보장해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 즉 의사결정자가 적기에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제도와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자리에서 시대와 동떨어진 불합리한 규제의 효율화를 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직된 접근방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뗀 김 위원장은 “업종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유연하게 바꿔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진행중”이라며 “SI와 물류 등의 실태조사를 통해 법에서 정해진 효율성, 긴급성, 보완성이라는 기준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위의 총수(동일인) 지정 문제와 관련해서도 “행정법을 집행하기 위한 기준과 범위를 정하기 위한 것이지 공정위가 그룹 최고 의사결정자라고 지정하는 것 자체는 말이 안된다”면서 “기업의 변화된 현실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괴리를 좁히고, 분쟁의 소지가 없다면 기업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바꿔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팍스넷뉴스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