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일운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사회적 가치(SV) 제고를 위한 ‘독한 혁신’에 나선다. 글로벌과 기술이라는 양대 축이 이끌어오던 경영 활동 전반에 ‘그린(Green)’이라는 키워드를 접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는 가장 상징적인 친환경 산업인 배터리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SK이노베이션의 환경 SV는 마이너스(-) 1조원이 넘는다”면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마이너스 환경 SV를 줄여 나가기 위해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 21일 그룹내 모든 계열사들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뒤, 그 결과를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 사업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기업의 특성상 환경적 사회적 가치평가가 매우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들의 부정적인 사회적 가치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친환경 사업 모델을 통해 긍정적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그린 밸런스’ 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 밸런스 전략에 따라 배터리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최우선적으로 역량을 쏟기로 했다. 일단 2025년에는 배터리 부문을 ‘글로벌 톱 3(Top 3)’에 진입시킨다는 목표 아래 기술 경쟁력 제고에 몰두하기로 했다. 현재 430GWh 가량인 수주 잔고는 2025년 700GWh로 확대할 방침이다. 늘어난 수주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규모도 100GWh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동차용 배터리와 관련한 모든 사업을 수직계열화한 플랫폼인 ‘BaaS(Battery as a Service)’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배터리 생산뿐 아니라 유통과 충전, 재생, 재활용 사업을 아우른 이른바 5R(Repair, Rental, Recharge, Reuse, Recycling) 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위해 전기차 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하기로 했으며, 항공이나 해양 분야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검토하기로 했다.

업력은 오래됐지만, 여전히 캐시 카우 역할을 담당하는 석유와 윤활유 사업 역시 기술과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기반으로 성장 전략을 모색키로 했다. 여기에 그린 전략까지 병행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시장을 지속적으로 노크할 방침이다. 기술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글로벌 진출을 단행하겠다는 취지에서 2017년 발표한 ‘아프리카 초원 전략’의 업그레이드 버전 격이다.

김 총괄사장은 “전반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그린’이라는 키워드 아래 설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면서 “현재 SK이노베이션이 구상해 놓은 전략들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2025년 무렵에는 25%인 글로벌 자산 비중이 60% 대까지 늘어나고, 현재 16조원 정도인 시가총액은 3배 정도로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괄사장은 이어 “SK이노베이션의 최종 목표는 모든 사업을 아프리카 초원에 안착시키고 고객과 이해관계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파는 것”이라며 “이것이 SK이노베이션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자 수립한 DBL(Double Bottom Line)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