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호정 기자] 영등포역과 서울역 민자역사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입찰이 늦어도 내달 3일부터는 본격화될 전망이다. 입찰을 앞두고 알짜 매장을 확보하기 위해 유통 공룡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두 역사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던 롯데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지 여부다. 올 초 롯데에게 인천터미널을 내준 신세계는 물론, 구로역 철수를 앞두고 있는 AK플라자까지 두 역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오는 6월말까지 영등포역과 서울역 민자역사 임대사업자 선정을 끝마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5월 2일이나 3일 자격심사를 위한 사업자 공고를 내고, 1개월 뒤인 6월 첫째 주 제안서를 제출받을 계획이다. 이후 제안서 평가와 사전적격심사를 통해 선별된 사업자를 대상으로 6월 중순께 사용허가를 위한 입찰공고를 올리고 같은 달 말 가격 경쟁을 통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한다.

공단 관계자는 “정성 및 정량 평가 점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라며 “늦어도 6월말까지는 서울역과 영등포역 민자역사를 운영할 신규 사업자 선정을 끝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로 선정될 사업자는 인수인계 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영업 종료일이 올해 12월 31일까지인 만큼 사업자가 변경될 경우 인수인계 기간은 상호협의 하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입찰은 입찰자격을 사전에 제한하는 제한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입찰에 참여가능 한 사업자가 제한적이다 보니 사실상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사업권을 가져가는 최고가 입찰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아울러 두 곳 모두 알짜매장이다 보니 사업자 공고가 나오면 지금보다 유통공룡들이 치열한 쟁탈전을 치를 것으로 전망 중이다.

실제로 1991년 완공시점부터 롯데백화점으로 운영돼 온 영등포역사(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경우 매년 5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서울역 민자역사에 위치한 롯데마트는 2004년 한화역사로부터 전대한 후 1500억원 안팎의 매출을 내고 있다. 두 역사 모두 롯데 내 동종매장 가운데 매출 상위권을 다투는 곳들이다. 롯데는 물론 신세계와 AK플라자 등도 두 역사 사업권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5일 민자역사의 임대기간을 최대 20년으로 늘리는 한편 제한적으로 전대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서울역과 영등포역에 대한 유통 공룡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며 “임대기간 20년이면 투입비용 대비 수익을 일정수준까지 장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역사 모두 알짜매장인 데다 출점제한으로 신규 사업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니 만큼 유통 공룡 간 눈치싸움이 상당히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수십 년 간 서울역과 영등포역 매장을 알짜로 키워온 만큼 두 곳 모두 반드시 지켜내겠단 입장이다. 반면 신세계와 AK 등은 기존 사업장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입찰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나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와 AK 모두 서울역사보다는 영등포역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의 경우 영등포역사의 사업권을 확보하면 영등포 일대를 ‘신세계타운’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신세계는 영등포역 인근에 복합쇼핑몰인 타임스퀘어를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및 이마트 영등포점을 운영 중이다. 반대로 AK플라자는 평택과 수원 민자역사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데다 오는 8월 구로점 철수로 서울 내 매장이 전무한 만큼 영등포역사를 통해 강서권 거점 마련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