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0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 약 12%를 1040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거래 대상 지분율과 투자 금액을 토대로 역산하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 100%의 가치는 8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규모 지분 거래는 게임사 넷마블이 SV인베스트먼트와 LB프라이빗에쿼티(LB PE), 네오플럭스 등으로부터 25.7%의 지분을 매입한 건이었다. 넷마블은 지식재산권(IP) 확대 및 사업적 시너지 확대를 염두에 두고 2014억원을 들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에 등극했다.

넷마블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 100%의 가치를 7800억원으로 책정,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 거래를 놓고 일각에서는 막 수익을 내기 시작한 연예기획사의 몸값을 8000억원 가까이 매기는 것이 적당하냐는 지적을 내놓았다. 당장 기업공개(IPO) 시장에 나서더라도 1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비관론자들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사실상 유일무이한 방탄소년단이라는 콘텐츠가 얼마나 지속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와 방탄소년단이라는 소속 아티스트의 가치를 동일하게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붙었다. '포스트 방탄소년단'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인기몰이가 이제 막 시작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방탄소년단이 최근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라는 주제로 펼친 북미 및 유럽 공연은 연이은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랐음을 입증했다. 단순히 국내와 아시아 시작에서만 경쟁력을 나타내는 아이돌이 아니라는 의미다.

월드 투어 시기와 맞물려 이뤄진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UN 연설과 주요 외신들의 보도는 팬 층을 넓히는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그간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콘텐츠가 특정 연령대에게만 어필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여러 사회적 활동들을 통해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에 대한 호감을 느끼게 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비관론과 낙관론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가치 평가에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낙관론이 조금 더 우세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방탄소년단의 가치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가치를 사실상 동일하게 봐도 무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이번 월드투어 등을 계기로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계기로 앞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 방시혁 대표와 앞서 투자한 넷마블의 지분 평가액도 동반 상승하게 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과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방 대표의 지분 가치는 4300억원을 넘어선다. 넷마블 보유 지분의 가치도 2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아직까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LB인베스트먼트 역시 추가로 수익을 낼 여지가 존재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65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LB인베스트먼트는 이번 거래로만 800억원에 육박하는 차익을 실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