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거목…실험대 오른 조갑주 체제
[기로에 선 이지스]④ 부문별 대표제 도입해 인재 양성…파트너십 도입도 고려





[편집자주] 이지스자산운용의 설립자인 김대영 이사회 의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리츠(REITs) 설립을 주도하는 등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했다. 호방하고 허물없는 그의 성격 덕분에 주위에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고 기관투자가들은 자금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의장의 별세는 전설의 퇴장과 함께 이지스자산운용에 남겨진 이들에게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김 의장 사후에도 성장 가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 경영진에 변화는 없을지, 2세를 대상으로 한 지분 증여는 원만하게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팍스넷뉴스 이상균 기자] 김대영 의장의 말년은 이지스자산운용(이하 이지스) 창업과 함께 암과의 고전분투였다. 김 의장이 최근 세상을 떠난 것 역시 결국 암이 연달아 발병한 영향이 컸다. 다행스럽게도 회사의 창업자가 투병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지스는 변함없이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김 의장이 일찌감치 경영에 손을 떼고 후계자 양성에 힘을 쏟은 덕분이다. 김 의장의 뒤를 이어 후계자 역할을 하고 있는 조갑주 대표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조 대표, 경영총괄서 경영지원으로 직함 변경


김 의장은 2005년 처음으로 암이 발병한 이후 2018년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총 여섯 번 암과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암이 발병한 부위도 위와 간, 췌장 등 다양했다. 타고난 건강 체질이었던 김 의장도 투병기간이 길어지면서 올해 3월 대표이사 직에서 사퇴했고 이후 모든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지스 성장의 주역이었던 김 의장의 퇴장에 우려가 나올 만도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김 의장과 손발을 맞춰왔던 조갑주 경영지원부문 대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가 김 의장과 한솥밥을 먹게 된 건 2001년부터였다. 대학 졸업 후 삼성생명현대건설에서 부동산 자산운용과 개발금융 업무에 종사하다가 코람코자산신탁의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이후 김 의장이 2010년 5월 이지스의 전신인 PS자산운용을 설립하면서 잠시 적을 달리했다가 2011년 4월 다시 재회했다. 조 대표는 외향적이고 호방했던 김 의장과는 성격이 달랐다. 신중하고 꼼꼼함과 성실함이 돋보였다. 투자에 대한 감각도 남달랐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투자 철학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도 갖췄다.





김 의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우려와 달리 이지스의 실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16억원와 23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6.2%와 96.2% 늘어났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김 의장과 조 대표는 ‘자산운용사는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확고했다. 리스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인재를 양성해 인재 풀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설립 초기 코람코자산신탁 출신 비중이 높았지만 여기에 얽매이지 않고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인재를 영입했다. 2015년 4월 국민연금 해외부동산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강영구씨를 영입해 해외부문 대표로 임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 대표 영입 이후 이지스의 운용펀드 중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크게 늘어났다.


이지스는 부문별로 대표를 임명해 각자의 책임과 권한을 인정해줬다. 초기에는 김대영(경영 부문), 조갑주(국내 부문), 강영구(해외 부문) 등 3인 체제를 갖췄다. 올해 초부터는 개발투자와 NPL, Fund Management, 리츠투자, Funding&Finance 등 5개 부문을 추가해 총 8개 부문별 대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조 대표는 김 의장이 별세한 후, 자신의 직함을 경영총괄에서 경영지원으로 바꿨다. 여타 대표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기 위해서다.


이지스 관계자는 “이들 대표가 당장은 미숙하더라고 결국 성장해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라며 “이지스에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사람이 그만큼 성장한다는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과제는 IPO


김 의장 슬하에는 아들과 딸이 각각 한 명씩 있지만 이들이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들은 모두 이지스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고 맡고 있는 업무도 부동산 투자업과는 거리가 멀다.






이지스자산운용 조직도


김 의장 공백이 발생한 이후에도 조 대표가 이지스를 진두지휘하면서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경영체제를 바꿀 가능성도 낮다. 조 대표는 지분 12.3%를 보유한 이지스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김 의장 이후의 시대를 준비하는 이지스에게 남은 가장 큰 과제는 기업공개(IPO)다. IPO를 통해 자금조달을 한 뒤 이를 토대로 자기자본(PI) 투자와 직접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지스는 이미 외부 차입을 늘리는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회사 설립 이후 최초로 회사채를 발행해 200억원을 조달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50% 미만이던 부채비율은 2016년 115.8%에 이어 지난해 135.3%로 높아졌다.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이익을 공유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이지스 관계자는 “IPO를 통해 직원들에게 우리사주와 스톡옵션 등을 부여할 계획”이라며 “회사를 성장시킨 직원들에게 지분을 나눠주는 파트너십 제도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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