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70년 전통의 국내 1호 토목 건축회사 삼부토건이 위태롭다.

디에스티로봇컨소시엄(이하 DST컨소시엄)이 삼부토건의 새 주인으로 최종 낙점됐지만 인수절차는 순탄치 않았다. 유상증자 등 대규모 인수대금 확보는 차치하고라도 삼부토건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발목을 잡았다.

노조는 인수주체로 알려진 K씨와 측근이 삼부토건 내 현금성 자산을 이용하려는 기업사냥꾼이라고 주장하며 인수자를 몰아내기 위한 강력 투쟁을 시작했다. 실제로 그들이 돈을 빼내려 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현금성 자산을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삼부토건의 올해 상반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22억원이다. 차입금 309억원이 있지만, 이를 모두 갚는다고 해도 913억원의 현금을 활용할 수 있다. 법정관리 기업들 중에서 1000억원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기업은 흔치 않다. DST컨소시엄이 삼부토건에 눈독을 들였던 이유중 하나로 꼽힌다.

노조는 K씨 측근들이 현금성 자산을 빼돌리려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투쟁에 나섰다. 올해 2월부터 이들을 배임·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과 금융감독원에 고발하기도 했다.

노조는 K씨 측근들이 삼부토건의 회장, 고문 등으로 명함을 만들었으며 법인카드·노트북·차량·운전기사 등을 제공 받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임·직원은 정식 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고 월급을 받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DST컨소시엄과 관련된 인물들이 인수과정에서 이면계약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인물들이 투자한 금액을 내부 현금자산을 이용해 다시 돌려받도록 무자본 인수·합병(M&A) 계획을 짰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관계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의 조사결과가 나와야 명확해질 전망이다.

다만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삼부토건 M&A는 원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면서 DST컨소시엄은 결국 최종 인수자의 지위를 잃었다.

DST컨소시엄의 메인 투자자였던 DST로봇은 노조 입장에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컨소시엄에서 재무적투자자였던 사모투자펀드(PEF)의 운영사인 제이스톤파트너스(현재 JC파트너스)측 이종철 대표는 이면계약은 없었다며 반박한다. 향후 사업 협력에 대한 제안을 받기는 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라는 논리다.

사모펀드(PEF)의 경우 전환사채(CB)에 투자할 때 일반적으로 질권을 설정한다. 이 대표 역시 삼부토건 CB에 출자할 때 담보를 받아야 했다. 매각 주체가 법원인 만큼 DST로봇이 삼부토건 인수 전 담보를 제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K씨 측에 인수 후 담보를 제공해줄 것을 부탁했다. 지극히 정상적인 거래임에도 K씨는 이마저 무자본M&A 의혹을 받을 수 있다며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오히려 K씨는 다른 제안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현금성 자산을 이용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테니, 여러 측면에서 협력 관계를 맺자는 내용이다. K씨 측근들은 이와 관련된 내부 검토 자료를 만들었고 노조 측이 이를 발견하면서 분쟁이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

이 대표는 제안을 거절했지만 논란이 커지면서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의 대표직을 내려놨다. 이에 앞서 거래 규모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투자할 개인 회사를 차리고자 했던 그는 오릭스PE를 나와 제이스톤파트너스에 합류, 삼부토건 인수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