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 KL&파트너스는 코스모그룹에 총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코스모그룹의 지주회사인 코스모앤컴퍼니 지분 100%를 매입하는데 400억원을, 코스모앤컴퍼니의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데 40억원이 각각 투입된다. 여기에 코스모신소재의 전환사채도 60억원 어치를 매입한다.

양 측은 다양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을 고민했지만, 결국 허경수 회장이 KL&파트너스가 보유한 코스모앤컴퍼니 지분을 재매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허 회장이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차원에서 FI를 영입했고, 최종적으로는 그룹의 경영권을 되찾아야만 하는 숙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쪽은 KL&파트너스다. 허경수 회장이 코스모앤컴퍼니 지분을 매입할 권리가 아닌 KL&파트너스 측이 코스모앤컴퍼니 지분을 매각할 권리만 계약에 명시돼 있어서다. 허경수 회장은 KL&파트너스의 투자금에 연복리 8.2%를 가산한 금액으로 코스모앤컴퍼니 지분을 되사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KL&파트너스가 코스모앤컴퍼니 투자에 활용한 펀드의 만기(5년)가 도래한 시점에 허 회장이 반환할 의무를 지는 원리금은 620억원을 넘어선다. FI를 영입하는 대가로 허경수 회장이 치러야 할 금융 비용이 원금의 절반에 달한다는 얘기다. 허 회장 입장에서는 KL&파트너스가 염두에 둔 엑시트 시점 전까지 지분 매입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는 셈이다.

결국 FI 입장에서는 허경수 회장의 풋옵션 이행 능력이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KL&파트너스가 코스모앤컴퍼니 투자에 앞서 허경수 회장이 보유한 자산들의 면면을 다각도로 살펴본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일단 풋옵션의 1차 의무는 허경수 회장 개인 소유의 법인 정산앤컴퍼니가 맡는다. 정산앤컴퍼니는 조만간 기존 FI인 SG프라이빗에쿼티·케이스톤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매입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코스모화학의 지분 300만주(시가 기준 약 330억원 규모)에 대한 통제권을 KL&파트너스에 넘기기로 했다. 정산앤컴퍼니-코스모화학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로 최소한의 투자금 회수 장치를 확보했다는 것이 KL&파트너스의 생각이다.

유사시 코스모화학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게 되면 코스모그룹의 또다른 상장사인 코스모신소재에 대한 지배력도 얻게 된다. 코스모화학이 코스모신소재의 지분 30.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까닭이다. 이밖에 코스모촉매와 코스모에코켐 등의 사업회사들도 코스모화학의 자회사다. 사실상 코스모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KL&파트너스 입장에서 가장 믿을만한 안전장치는 허경수 회장이 보유한 ㈜GS 지분이다. 허경수 회장은 GS그룹 총수인 허창수 회장과는 사촌 관계로 여전히 GS그룹 지주사 ㈜GS 지분을 2.11% 보유하고 있다. 허경수 회장이 ㈜GS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한때 코스모그룹은 GS그룹과 동일 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있기도 했다. 허경수 회장이 보유한 ㈜GS 지분은 시가 기준으로 1000억원 가량의 가치를 지닌다.

만약 허경수 회장이 코스모그룹을 되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면 ㈜GS 지분을 매각하고, FI가 보유한 코스모앤컴퍼니 지분을 매입하면 된다. 다만 코스모앤컴퍼니를 필두로 한 코스모그룹 회사 지분보다 ㈜GS 지분이 훨씬 안전성이 높은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