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은 지배주주 이익만을 고려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엘리엇은 11일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을 불법 행위로 규정하고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1일 경제개혁연대는 KCC가 삼성물산의 백기사를 자청하며 이 회사 지분 899만주(5.76%)를 인수하자 주주이익을 훼손시켰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은 앞서 자사주 매각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고는 말을 바꿔 지난 10일 자기주식처분결정 공시를 통해 KCC에게 지분을 넘겼다"며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 주주 전체의 재산인 자사주를 오용했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KCC의 지분인수 가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KCC의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가격은 10일 종가인 주당 7만5000원으로 이 가격은 합병 결정 당시 삼성물산의 기준시가인 5만5767원에 비해 약 35% 가량 높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만약 당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인 1:0.35의 비율에 따라 존속법인(신 삼성물산)의 지분을 취득하게 되면, 현재 제일모직의 시가가 기준시가보다 10% 가량 상승한다고 감안해도 약 25% 가량의 가치절하가 불가피하다"며 "KCC는 비싼 값을 주고 삼성물산의 백기사를 자처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는 고스란히 KCC 주주의 몫"이라고 비난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합병 반대 표를 모으는데 힘을 쓰고 있다.
인터넷카페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측은 "증권사에 전화해 '합병반대'의사를 표명해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며 "합병에 반대해야 매수청구권이 발생하고, 추후 매수청구권 행사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자신의 권익을 챙기려면 주총에서 의사를 표시하고 표대결에서 이겨야 한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낙관하긴 힘들다. 승패의 키는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현재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지분 9.92%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는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들은 현안 발생시 주총 안건분석 자문기관의 의견을 참고한다. 국내 자문기관 중 서스틴베스트는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ISS(세계 최대 의결권 행사 자문기관)는 입장 표명을 미룬 상태다. 기업지배구조개선 컨설팅회사인 네비스탁 역시 "현재는 입장 표명이 어렵다"고 전했다.

한 소액주주는 "계열사간 합병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발생할 때 늘 지배주주는 이득을 보고 소액주주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다"며 억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