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입김에 미뤄진 '소주 종량세' 개편 시점은?
③法 적용 기준 마련 되지 않아 도입까지 충분한 논의 필요


“소주를 포함한 여타 주종은 맥주 및 탁주의 종량세 전환 효과, 음주 문화 변화추이, 소비자 후생 등을 면밀히 살펴본 이후 (종량세로의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맥주와 탁주의 종량세 도입을 발표한 후 향후 계획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홍 부총리의 발언이후  '처음처럼' '참이슬' 등 전체 소주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희석식 소주 업체들이 안도한 반면, 증류식 소주제조사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종가세 개편으로 시장 반전을 기대했지만 이같은 계획이 미뤄진 탓이다. 


양측은 소주 종량세 도입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공통적으로 소주의 경우 '서민의 술' 이미지가 강한 데다 맥주와 달리 종량세 전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개정되더라도 상당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정권 교체 시점인 2022년 5월까지 종량세로 전환되지 않으면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될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종별로 업계 입장이 다른데 한 번에 법을 바꾸려다 보니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며 “애당초 소주의 종량세 전환 ‘제외’ 여부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주의 경우 연구 성과를 거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을 뿐 아니라 종량 기준을 ‘양(ℓ)’과 ‘도수’ 중 어느 것으로 할 지조차 확실히 정립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며 "맥주에 빗대어 볼 때 종량세 전환까지 적어도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실 주세법 개편 논의가 처음 시작된 2017년만 해도 소주는 종량세 전환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주세법 개정 논의 자체가 세금 구조 문제로 인해 수입맥주 대비 국산맥주가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데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에 소주 회사들도 당시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주세법 개정에 대해 별다른 반응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7월 김동연 전 부총리가 "전 주종의 조세 형평성을 고려해 주세법 개정을 재검토 한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했고, 이 때부터 소주 업계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50년여 간 별다른 문제 없이 납부해 오던 세금 체계가 타의에 의해 하루 아침에 바뀔 위기에 처하자 출구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던 셈이다. 이후 '고도수 고세율’ 원칙의 종량세 안에선 소주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여론이 들끊었고, 정부가 '주세가 개편되더라도 소주의 가격이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결과적으로 내년 1월 종량세 전환 대상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그럼 희석식 소주 업계는 종량세 전환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궁극적으로 소주 역시 종량세로 전환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종량세 전환에 앞서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A주류사 관계자는 "희석식 소주의 경우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어 과세 체제가 어떤 식으로 변경되든 정부의 지침을 따르면 된다"고 밝힌 후 "주류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 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과정이 빠져 일괄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호간 충분한 대화와 연구가 진행된다면 소주의 가격이 인상되지 않으면서도 위스키 등 기타 주종이 (소주 때문에) 피해를 입는 상황까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주류 값에 반영하는 측면에서 ‘종량세’가 주세로 더 적합하다고 권고 중이며, OECD 35개 국가 중 30개 나라가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예외를 너무 오래동안 인정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성명재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종량세 과세 체계의 핵심은 음주 폐해를 축소하자는 것”이라며 “주세를 높여 음주로 비롯되는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고 음주처벌 등 법적 규제를 통해 나머지 부족분을 채우는 형태로 관련법이 좀 더 과감하게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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