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재매각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웅진의 모래성
웅진에너지 기업회생절차로 '트리거' 가동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포기는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것이 투자은행(IB)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2조원 짜리 인수합병(M&A)을 위해 1조6000억원을 차입한다는 계획은 처음부터 사상누각이었다는 점에서다.

웅진그룹은 출판 사업을 영위하는 웅진씽크빅을 내세워 웅진코웨이를 1조6800억원에 인수했다. 여기에 3000억원 어치의 웅진코웨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기도 했다. 이 거래가 실현되기에 앞서 웅진씽크빅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은 900억원에 불과했다.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이 일부 있었지만, 금융비용이 발생하는 차입성 조달이 1조6000억원에 달했다.

웅진그룹이 일으킨 차입 1조6000억원은 연간 520억원에 달하는 금융비용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인수 주체로 나선 웅진씽크빅의 현금창출력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단순 대출 성격의 선순위 인수금융 8800억원을 4.6%,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해당하는 2200억원의 대출을 3%(만기수익률 7.3%) 금리에 실행한 까닭이다. 전환사채(CB) 금리도 1%(만기수익률 7%)였다. 

그나마 웅진코웨이가 벌어들이는 순이익을 기반으로 한 배당이 최소한 금융비용은 감당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사모펀드 휘하에 있던 코웨이는 차입을 일으켜 배당을 실시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웅진그룹 측이 추산한 2018년 3분기 말 웅진코웨이의 순차입금은 6700억원 가량이었고, 이 대부분은 배당으로 유출되고 있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의 주가만 오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본구조재조정(Recapitalization)과 같은 금융기법을 활용하거나, 지분 일부를 매각할 생각도 있었다. 실제로 웅진그룹과 인수금융 투자자들은 3년 뒤인 2022년을 전후해 웅진코웨이 주가가 17만원 가량이 되면 6~7%의 코웨이 지분을 매각해 7000억~8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를 고스란히 금융비용 절감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시나리오다.

톱니바퀴처럼 짜여진 일련의 계획은 웅진코웨이의 실적과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는 두 가지를 제외한 다른 변수가 개입됐을 시에는 파국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웅진이나 웅진씽크빅의 신용도였다. 이들 회사의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금융비용이 치솟거나, 지속적으로 순환돼야 할 자금이 막힐 가능성이 있었다.

우려는 웅진에너지의 감사의견 거절로 현실화됐다. 웅진에너지가 감사의견을 거절 받으면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웅진의 신용등급이 두 단계(BBB+ → BBB-) 떨어지게 된 것이다. 웅진에너지 부실 우려는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를 추진할 당시부터 꾸준히 거론돼 온 부분이었다.

웅진그룹은 결국 막대한 빚을 일으켜 인수한 웅진코웨이를 토해내기로 했다. 거래 대금을 납입하고, 경영권을 넘겨받은지 3개월 만의 일이다. 웅진그룹은 1년 내에 웅진코웨이 매각을 완료하고, 인수 전후로 발생한 모든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매각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선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조6000억원의 웅진코웨이 인수금융 상당 부분을 자기자본으로 공급한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선정된 것을 놓고 웅진코웨이 매각이 인수금융 대주단 차원의 의지로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도 IB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조 단위 M&A의 매각 자문 경험이 많지는 않다는 점에서다. 통상적인 인수금융 약관대로라면 한국투자증권과 같은 인수금융 주선사 또는 대주단 대표는 유사시 웅진코웨이 또는 웅진씽크빅 지분에 대한 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대주단이 매각을 주도할 경우 '급매'라는 인식을 준다는 점에서 매각가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대신 웅진그룹이 고심 끝에 웅진코웨이를 포기한다는 결단을 내린 듯한 형태를 띠어 전반적인 거래 절차에 차질이 없도록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웅진씽크빅에 인수된 후 그룹 통합 이미지를 적용한 웅진코웨이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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