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문제 해결에만 집중해야”
이진욱 브리치 대표① “문제 해결 설정·조직 역량 고려해야”
매일 수백 개의 온라인 쇼핑몰이 생기고 오프라인 상점이 문을 연다. 수많은 사람이 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지만 살아남는 사람은 극소수다. 치열한 커머스 시장에서 생존을 넘어 거대한 성공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큰 성과를 거둔 달인들의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들어본다.


[IT·창업 칼럼니스트 정진욱 기자] 이진욱 브리치 대표(사진)는 지마켓 전략기획그룹과 신사업팀을 거쳐 위메프 패션·뷰티 사업총괄로 온라인 커머스 경험을 쌓았다. 위메프에서 4년간 근무한 후 2015년 오프라인 독립 패션 로드숍의 온라인 진출을 돕는 스타트업 '브리치'로 본격 창업에 나섰다. 브리치는 현재 전국에 2000여 개 오프라인 회원사를 모으며 총 75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18년 거래액 4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대표 오프라인 패션 로드숍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진욱 브리치 대표


Q.브리치가 운영 중인 서비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창업 당시 상황도 궁금합니다.


오프라인 패션 로드숍을 한데 모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브리치'와 개별 로드숍이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솔루션 '비플로우', 온라인 진출을 위한 콘텐츠와 상품 수급 등을 지원하는 '리치 플러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창업 당시에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로수길 편집숍이 있었어요. 제품이 너무 좋은데 온라인 판매는 하지 않았죠.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관심은 있는데 당장 바빠서 못해요' 이 정도였죠. 둘러보니 가로수길에 그 많은 로드숍 대부분이 비슷한 이유로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았어요. 강남역 지하상가 옷 가게들도 마찬가지였죠. 오프라인이라는 물리적 한계에 갇힌 로드숍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퇴사하고 브리치로 창업했어요.


Q.브리치로 창업 활동을 하면서 얻은 첫 번째 인사이트는 무엇인가요.


'한 가지에만 집중하자'라는 거예요. 보통 기존 플레이어들의 단점을 정리하고 해결책을 더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기획하잖아요. 그렇게 해결책 하나를 붙이고 또 하나를 붙이면 멋진 그림이 나오는데 문제는 실행 가능하냐에 있어요. 많은 스타트업이 하는 실수가 조직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해결할 문제를 너무 많이 만드는 거예요.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면 창업 초기 집중한 것 중에 하나가 오프라인 로드숍의 온라인화 외에  '컨시어지' 였어요. 소비자가 브리치 앱이나 웹에서 특정 오프라인 로드숍의 제품을 고르면 저희가 당일 배송하고 소비자가 고른 상품과 어울리는 다른 상품도 추천하는 거죠. '오프라인 숍을 집 앞에서 컨시어지하다'가 슬로건이었어요. 처음 이 계획을 세웠을 때 정말 근사하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온라인 패션 쇼핑몰은 보통 고객이 주문하고 물건을 받는데까지 3일 정도가 걸려요. 이런 늦은 배송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좋은 제품 추천이란 추가적인 가치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오프라인 로드숍의 온라인화와 함께 컨시어지 서비스 제공을 함께 진행했어요.


Q.실제 소비자 반응은 어땠나요. 컨시어지 서비스는 잘 이뤄졌나요.


소비자 반응은 기대대로 좋았어요. 하지만 컨시어지 서비스는 결과적으로 6개월 만에 접어야 했어요. 당시 저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가로수길 로드숍의 온라인화, 당일 배송이 가능한 물류체계 구축, 전반적인 서비스 운영 시스템 구축 등 세 가지였는데 인원은 5명에 불과했어요. 여기에 점주들 중심의 SNS 서비스도 만들려고 기획 중이었죠. 이 많은 걸 하기에는 조직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는데 욕심을 낸 거죠.


일단 당일 배송이 감당이 안 됐어요. 하루 50건 정도 주문이 일어났는데 배송 인력이 부족했어요. 당시는 지금처럼 배송만 대행해주는 업체가 없어 라이딩 인력을 직접 운영했는데 이 인력을 구하는 거 자체가 힘들었어요. 배송이 안되니 자연히 추가 제품 추천도 이뤄지지 못했죠.


▲창업 초기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Q.컨시어지 서비스 외에 다른 문제는 없었나요.


역량도 부족한데 해결할 문제만 많이 설정해 놓으니 서비스가 복잡해지고 무거워졌어요. 점주용 SNS까지 서비스에 반영해야 하니 기획이 복잡해졌죠. 당장 필요 없는 기능도 넣어야 하니 서비스가 무거워 졌고요.


중요한 건 내부 직원들의 동요였어요. 여러 문제가 뒤죽박죽 섞여서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으니 혼란이 온 거죠.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일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건데 '그래서 우리 회사가 뭐 하는 회사야?' 이런 의문이 생겼던 거 같아요. 오프라인 데이터베이스(DB)를 모으는 플랫폼 회사인지, 당일 배송과 컨시어지 중심의 서비스 회사인지, SNS를 만드는 콘텐츠 회사인지 명확하게 정의가 안된 거죠. 대표인 제가 말하는 회사의 정체성과 비전도 상황과 이슈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고요. 결국 공동창업자 3명만 남고 직원 6명이 한꺼번에 퇴사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Q.해결할 문제를 너무 많이 세운 탓에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해결했나요.


고민 끝에 나온 답이 욕심을 버리고 한 가지에만 집중하자는 것이었어요. 컨시어지가 브리치를 더 멋지고 있어 보이게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오프라인 로드숍을 온라인으로 모은다'라는 핵심과 직결된 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6개월 만에 컨시어지 서비스를 포기하고 가로수길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로드숍 DB를 모으는 것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줄였어요.


Q.문제를 한 가지로 줄인 결정은 어떤 결과로 돌아왔나요.


저희가 처음 브리치를 시작했을 때에는 비슷한 콘셉트의 서비스가 많았어요.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서비스는 브리치가 유일해요.


다른 많은 기업들과 달리 저희가 살아남은 건 빨리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한 가지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당시 저희와 비슷한 서비스 모두 오프라인 로드숍의 온라인화 외에 다른 장점을 더하려고 했거든요. 처음 저희처럼 SNS 기능에 집중한 서비스도 있었고, 커머스와 배송에 초점을 맞춘 기업도 있었고요. 다들 핵심 외에 다른 문제 해결에 역량을 분산한 탓에 핵심에서 성과를 못 냈던 거 같아요.


저희는 가로수길 오프라인 패션 로드숍 DB 수집에만 올인했고 1년 동안 가로수길에 있는 웬만한 로드숍 DB를 모을 수 있었어요. 어느 정도 DB가 모이니까 거래액이 발생하면서 서비스가 실제 작동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죠. 덕분에 적당한 시기에 서비스를 발전시킬 수 있는 8억 원가량에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이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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