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전통 지키면서도 '힙'한 이유
옐로우 까페·한정판 출시 등 젊은 층과 영리한 소통 1위 수성 비결



빙그레 바나나맛우유의 겉모습은 '비효율적'이다. 물류 관점에서 보자면 가운데가 뚱뚱한 '단지' 모양 패키지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수량을 적재하기 어렵다. 제조 측면에서도 독특한 '금형' 탓에 단위당 생산물량이 한정적이다. 


이수진 빙그레 마케팅 DAIRY 제품팀 과장(사진)은 이것이 바로 바나나맛우유의 '가치'이자 '자산'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1974년 출시 이후 비효율을 감수하고 전통을 지켜온 덕에 30~40대 소비자들이 바나나맛우유를 통해 자신들만의 '목욕탕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바나나맛우유는 70년대 초 정부의 우유 소비 장려 캠페인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당시만 해도 우유를 마시는 것이 익숙치 않다 보니 정부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흰우유는 물론 식품회사들이 앞다퉈 출시했던 초코맛, 딸기맛 가공유 역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에 빙그레는 그 시절 최고급 과일이던 바나나를 활용해 가공유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참신한 아이디어였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았다. 바나나의 가격이 비싼 것도 문제였지만 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감이 거셌던 만큼 회사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농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바나나맛 우유는 출시와 동시에 가공유 1위 자리를 차지할 만큼 '대박'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바나나맛우유가 당시 저렴하지 않은 고급음식에 속했음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며 "바나나가 워낙 고가였기에 바나나맛우유를 통해 바나나에 대한 호기심을 풀고자 했던 소비자들의 욕구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만 해도 특별한 가족이벤트였던 '목욕' 후 맛볼 수 있는 '특별식'으로 인식됐던 것도 판매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바나나는 대중에 친숙한 과일이 됐고, 우유는 일상식이 될 만큼 선호 식품이 됐다. 이에 맞춰 다양한 맛의 가공유가 시장에 범람했고, 바나나맛우유는 자연스레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제품이 됐다. 당시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를 놓고 전통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시대에 맞춰 제품에 변화를 줄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 과장은 "바나나맛우유가 오랜 시간 회사의 '효자 제품'이었기에 당시 사내에서도 전통과 변화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며 "치열한 논의 끝에 디자인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기로 결정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천편일률적 우유곽 디자인 사이에서 바나나맛우유가 독보적 매력을 갖게 된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바나나맛우유의 패키지 디자인은 과거 한국의 전통 항아리 모양을 닮았다는 의미에서 단지로 불렸다. 반대로 최근 젊은 세대는 '뚱바'(뚱뚱한 바나나맛우유)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똑같은 패키지 디자인에도 각 세대가 해석, 부여하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빙그레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마케팅을 기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과장은 "이전 세대들처럼 '목욕탕' 추억이 없는 젊은 층에게 어떻게 하면 바나나맛우유의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밝힌 후 "바나나맛우유 체험공간인 옐로우 까페나 귤맛 등 한정판 제품 출시를 통해 꾸준히 접점을 좁혀가기 위한 노력이 몇 년 전부터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2016년 서울 동대문에 개점한 옐로우 까페 1호점의 경우 한달간 약 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2017년 4월 제주도에 2호점 문을 연 이후에는 바나나맛우유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며 해당 제품의 매출이 15%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전통의 틀을 깨지 않고도 영리하게 젊은 세대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음에 빙그레가 몸소 보여준 셈이다.


이수진 과장은 "백종원 씨가 SNS상에 바나나맛우유 레시피를 올리면 소비자들은 또 다른 변주들을 끊임없이 양산해 나가는 방식으로 이슈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것이 지금 세대가 바나나맛우유를 사랑하는 비결"이라며 "존재만으로 한국의 아이코닉(Iconic)한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겠다"란 비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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