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펙스비앤피
라움과 라임, 사모 CB 독식
①2017년 이후에만 320억 매입…잠재 지분 40% 육박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자금을 유치한 코스닥 기업들이 좀비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말았다. 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자 당사자들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기에 이르렀다. 팍스넷뉴스는 좀비기업이라는 낙인을 얻은 코스닥 상장사 11곳의 자금조달 과정과 현재 상황, 미래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슈펙스비앤피(옛 크레아플래닛)가 지난 2년동안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583억원에 달한다. 슈펙스비앤피의 최근 시가총액(300억~400억원)을 큰 폭으로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들 대부분은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으로 마련했다. CB의 특성상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옵션이 붙어 있었고, 사모 CB 투자자들은 막대한 지분을 거머쥐게 됐다.


슈펙스비앤피는 현 최대주주인 트라이던트가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본격적인 자금 조달에 나섰다. 윤강혁 대표가 지분 55.6%를 갖고 있는 트라이던트는 2017년 8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트라이던트가 코스닥 상장사인 슈펙스비앤피를 인수·합병(M&A)하기 위해 유증에 투입한 금액은 32억원에 불과했다. 윤 대표는 이후 슈펙스비앤피의 대표이사 자리에까지 올랐다. 


트라이던트 체제 아래 첫 번째 대규모 조달은 같은해 9월 이뤄진 100억원 규모의 13회차 CB 발행이었다. 대상자는 JB자산운용이었다. 슈펙스비앤피는 곧이어 주주우선공모 유상증자로 4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모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한데다, 주주들의 반응도 썩 좋지 않아 155억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2018년 4월에는 중국 서프윈캐피탈매니지먼트(Shenzhen Qianhai Supwin Capital Management CO., LTD)로부터 101억원을 유치했다. 역시나 CB(16회차)를 발행하는 방식이었다. 슈펙스비앤피는 당시 중국 바이오·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중국계 자금을 유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해 7월 11일에는 김민재씨가 대표자이자 최대 출자자로 등재돼 있는 바이오로보틱스투자조합을 대상으로 70억원 어치의 17회차 CB를 발행했다. 바이로보틱스투자조합은 석 달 전인 3월 말 100억원을 CB로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투자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으며 투자 규모를 70억원으로 줄였다.


바이오로보틱스투자조합은 CB를 매입하자마자 라움자산운용에 전량을 매각했다. 전면에 나서 CB 투자 맨데이트(납입 권한)를 확보한 것은 바이오로보틱스투자조합이지만, 투자자 모집과 자금 집행 작업은 전문사모투자집합업과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라움자산운용이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 사모 CB인 18회차는 17회차보다 이른 5월 4일에 발행됐다. 이사회 결의 자체는 17회차보다 늦은 시점에 이뤄졌지만, 투자자로 나선 라임자산운용이 회사 측과 처음 합의한 납입일까지 차질없이 투자금 150억원을 마련한 덕분이었다. 라임자산운용은 트라이던트가 슈펙스비앤피를 인수하기 전인 2017년 4월에도 15억원을 CB(8회차)로 투자한 적이 있었다.


대거 발행된 사모 CB는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다. 전략적 투자자(SI)처럼 보였던 서프윈캐피탈매니지먼트의 경우 국내 재무적투자자(FI)인 화인에스이에 전환권을 행사하고 남은 CB의 상당 부분(권면 기준 37억원)을 매각했다. JB자산운용이 취득했던 13회차 CB는 전량 라움자산운용으로 매각됐다. 화인에스이와 라임자산운용은 전환권을 행사해 교부받은 주식을 장내 매각하거나 전환하지 않은 상태의 CB를 장외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많은 CB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라움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이다. 라움자산운용이 보유한 170억원어치의 CB는 현재 시점의 전환가(750원)로 환산할 경우 20% 가량의 지분으로 전환 가능하다.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40억원 가량을 상환받거나 장외 매각해 현재 시점에서는 121억원어치의 CB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분율은 라움자산운용에 버금가는 10%대 후반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라움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은 CB로만 슈펙스비앤피 지분을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일제히 전환권을 행사했을 때 오버행 이슈를 야기시킬 여지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들이 보유한 CB의 만기가 6개월 사이에 몰려 있어 비슷한 시기에 상환권 청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두 기관이 동시에 원리금 상환을 요청했을 때 올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 보유고가 179억원인 슈펙스비앤피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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