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법제화
블록체인 선진국, AML·ICO 제도화...韓 공회전
①FATF 권고안 준수위해 글로벌 규제 강화 추세
국회와 금융당국, 시장 참여자들이 곳곳에서 암호화폐 정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금세탁방지구(FATF)가 암호화폐(가상자산) 취급업소도 자금세탁의무를 준수하라는 권고안을 발표하고, 글로벌 최대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발행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Wait And See'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도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국내 암호화폐 제도화는 '모 아니면 도'다. 신산업 육성의 초석이 되거나, 시장을 질식시키는 독약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 강국으로 분류하는 국가들은 수년 전부터 암호화폐 정책을 마련했다. 나아가 이들은 FATF의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막판 제도 정비에 한창이다. 신산업을 육성해 글로벌 경제 주체로 참여하고 미래 먹거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 미국, 일본...수년전 암호화폐 정의하고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


일찌감치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들인 미국은 명실공히 ‘암호화폐 규제 선진국’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자국 환경에 맞게 제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미국 금융범죄단속국(FinCEN)은 암호화폐 취급기업도 은행비밀법상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지키도록 신고제를 시행했다. 2015년에는 뉴욕주 금융국(NYDFS)이 주 최초로 암호화폐 사업자 인허가 제도인 ‘비트라이선스’를 도입하면서 골격을 갖췄다. 현재 뉴욕을 포함해 뉴멕시코, 워싱턴, 코네티컷, 조지아 등이 송금법을 적용해 암호화폐 취급업자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있다.


시장 육성보다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뒀던 미국은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규제를 보완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암호화폐공개(ICO)가 한창이던 2017년,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연방증권법을 ICO에 적용키로 했다. ICO의 건전성 규제를 위해 ‘증권형 토큰’의 범위를 정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 라이선스를 받도록 했다.


싱가폴은 미국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 싱가폴 금융당국(MAS)은 2014년 ‘암호화폐 발행 가이드라인’을 통해 현행법 조례를 적용해 암호화폐 시장을 규율했다. 골자는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다. 


이어 암호화폐 발행 업체에 대해서도 일반 송금업체 수준의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2017년 ICO 가이드라인을 만든데 이어, 지난해 ICO 관계자를 온라인 플랫폼 상 토큰 거래 중개인과 금융 자본가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며 기틀을 강화했다.


일본은 기존의 법을 고쳤다. 2016년 일본 금융청(FSA)은 암호화폐 취급업소에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 금지 의무화 ▲고객자산과 고유재산의 구분관리 ▲일본 금융청이 거래 가능한 암호자산을 관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금결제법·범죄수익이전방지법 개정안을 냈다. 이를 근거로 2017년 암호화폐 거래소(이하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했다. 올해에는 ICO를 금융상품거래법 규제 대상으로 규율하고, ICO 정보공개 제도 및 권유규제 등을 정비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 FATF 권고안 법제화하며 암호화폐 규제 ‘업그레이드’


글로벌 블록체인 연구조직 토큰인사이트(TokenInsight)의 '2018년 암호화폐 거래소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같이 라이선스를 발행하는 국가는 미국, 싱가폴, 일본, 영국을 포함해 총 16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를 시작으로 시장 변화에 맞게 법을 고치며 속도를 맞추고 있다. 


미국은 FATF 권고안을 계기로 연방증권법을 구체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발의한 연방증권법이 통과하면 자금세탁방지의무가 강화된 거래소 등록제가 미국 전역에서 본격 시행된다. 


일본은 올해 4월부터 자금세탁방지기능을 갖춘 암호화폐 국제 거래망 구축에 나섰다. 싱가포르는 거래소로 하여금 통합결제계좌(Omnibus account)를 구축하고 고객의 입금 내역을 점검하도록 했다.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 내부규정을 만들고 암호화폐 발행업자는 이를 준수해야 상장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발 빠르게 제도를 정비하면서 암호화폐 사업 육성에 공을 들여온 태국은 암호화폐 자금세탁방지법 제정을 추진한다.


반면 국내는 한참 뒤쳐진 상황이다. 관련 제정법이 전무한 상황에서 FATF 권고안만 기존 법에 보완해 자칫 국내 환경과 맞지 않는 법안이 나올까 업계 우려가 크다. 게다가 개정안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파행되면서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제도화가 늦춰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FATF 권고안대로 내년 6월까지 관련법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금융기관도 국회를 설득하면서 업계와 소통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FATF 권고안을 시행령에 반영해야 하는 만큼 업계와 소통하며 보완점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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